잔인하고 괴이한 ‘어른용’ 동물세계

2024.11.28 21:16 입력 2024.11.28 21:22 수정

[그림책]잔인하고 괴이한 ‘어른용’ 동물세계

나를 닮은 동물 사전
요안나 바그니에프스카 지음 | 김은영 옮김
윌북 | 340쪽 | 2만3000원

‘동물 사전’이라는 말에 혹해 ‘아동용’이라고 생각하면 큰일이 난다. 동물학자인 저자는 서문부터 “동물은 역겹다. 그리고 잔인하다. 또 음란하다”는 문장으로 겁을 준다. 물론 이 책에 수록된 100종의 동물을 통해 도덕적·신학적 교훈을 주진 않는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진화의 논리를 받아들인 신기한 동물 세계를 알려준다.

몸집이 작고 꼬리가 길며 구슬 같은 눈을 빛내는 안테키누스는 호주에 서식하는 유대류다. 겨울이 오면 수컷은 식음을 전폐하고 1~3주간 격렬한 짝짓기에 돌입한다. 몸을 망가뜨릴 정도의 난교에 다수의 수컷이 죽는다. 대량 짝짓기가 한 번에 이뤄지기에 암컷은 먹이가 풍부한 봄, 여름에 새끼를 낳는다. 번식 방법이 끔찍하기로는 빈대도 뒤지지 않는다. 수컷은 날카로운 성기로 암컷의 복부를 찔러 곧바로 난소에 닿는다. 때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이 행위는 ‘외상성 수정’이라 불린다.

[그림책]잔인하고 괴이한 ‘어른용’ 동물세계

억지스럽게 슬픔을 꾸며내는 것을 ‘악어의 눈물’이라 표현한다. 열대지방에 사는 줄리아나비는 미네랄을 얻기 위해 악어의 눈물을 짜낸다. 때로 주둥이로 눈을 찌르기도 한다. ‘눈물 먹기’라는 뜻의 ‘라크리파기’라는 학술 용어도 있다.

생물학 책에서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는 필수다.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의 숲에 사는 슬로로리스는 ‘치명적인 귀여움’ 때문에 위기에 빠진 종이다. 이 귀여운 영장류를 포획하고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팝콘을 먹거나 간지럼을 타는 슬로로리스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 됐다.

원제는 ‘The Modern Bestiary’다. ‘Bestiary’란 ‘동물우화집’을 뜻한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생물 카탈로그’에 등록된 동물 종은 140만종 이상이다. 저자는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조언을 따라 글 쓰기에도 독자가 읽기에도 흥미로운 동물을 골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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