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정치학
데이비드 걸럼비아 지음 | 이대희 옮김
에코리브르 | 160쪽 | 1만3000원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코인 한 개 가격이 우리 돈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친비트코인’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은 새로운 암호화폐 시대의 개막을 기대하게 한다. 2009년 도입된 비트코인은 폭락과 폭등을 오가며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존재감을 키워왔다. 많은 이들은 비트코인이야말로 탈중앙화와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정말, 모든 것을 혁신할 디지털 통화일까.
데이비드 걸럼비아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교수는 비트코인을 향한 세간의 기대에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사이버 자유주의 전문가인 그는 비트코인 기저에 ‘우익 정치’가 깔려있다고 말한다. <비트코인의 정치학>은 이런 걸럼비아의 주장을 집약한 학술서다.
걸럼비아는 비트코인 지지자들의 핵심적 믿음, 즉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나 온전한 사이버 자유지상주의를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주장을 꼼꼼하고도 호전적으로 반박해나간다. 몇몇 유명 비트코인 옹호자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비트코인 옹호자들이 온라인에 남긴 댓글이나 글을 실어놓고 논리적 모순을 하나씩 찾아내기도 한다. 이들의 논리 안에는 밀턴 프리드먼의 시카고학파부터 연방준비제도 음모론자들의 노골적인 극단주의까지 침투해 있음을 저자는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그가 던지는 질문은 ‘코인 열풍’이 한창인 한국의 독자에게도 유의미하다. ‘탈중앙화란 무엇이며 반드시 추구해야 할 절대 선인가?’ ‘사이버 자유지상주의가 진짜 자유를 선사하는가’ 등이다. 약 160쪽 분량에 비트코인을 뒷받침하는 극단주의적 견해에 대한 저자의 반박을 꽉꽉 눌러 담았다. 비트코인의 역사나 관련 기술, 작동 원리 등은 이미 안다는 전제하에 쓰였다. 책을 읽기 전에 비트코인에 관한 기본 정보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