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앙겔라 메르켈 지음 | 박종대 옮김
한길사 | 768쪽 | 3만8000원
2005년부터 2021년까지 16년간 독일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70)의 회고록이다. 동독에서 보낸 젊은 시절의 이야기부터 원자력발전 폐지, 난민 정책 등 재임 시절 주요한 정치적 선택에 관한 기록이 담겼다.
메르켈은 인생의 절반은 동독에서, 나머지 절반은 서독에서 보냈다. 동독의 독재정권에서도 자연과학적 사실만큼은 왜곡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물리학자의 길을 택한 그는 독일 통일 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정치에 입문한다. 그리고 51세에 독일 최연소 총리이자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메르켈의 임기 후반 가장 주요한 결정은 대규모 난민 수용이다. 그는 2015년 중동, 아프리카 지역 난민을 100만명 이상 수용했다. 그는 당시를 “인도주의적 비상상황”이었다고 회고한다. “나는 지금껏 정치를 해오면서 수많은 연설을 통해,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하고 이는 기본법상으로 우리 독일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고 말해왔다. (…) 법적으로 유럽에 체류할 수 있느냐 없느냐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독일과 유럽에서 인도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었다.”
최근 재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띈다. 트럼프는 메르켈과의 첫 만남에서 ‘악수하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을 무시한다. 이에 메르켈이 조용히 다시 악수를 청했지만, 트럼프는 끝까지 악수를 거절했다. 메르켈은 이를 두고 “나는 마치 내가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상대하고 있는 척했다”고 썼다.
그는 트럼프가 ‘부동산업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고 평가했다. “모든 부동산은 단 한 사람에게만 양도될 수 있다. 누군가 그걸 얻지 못하면 남이 그걸 얻는다. 그는 세계도 이런 식으로 보았다. 그에게 모든 국가는 경쟁 관계였고,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의 실패를 의미했다.”
메르켈은 2021년 12월 사임했다. 독일 역사상 자발적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나는 항상 국가와 당에서 맡은 공직을 품위 있게 수행하고 싶었고, 언젠가 떠날 때도 품위 있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