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 추락이 본격화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이 0%대로 추락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국내주식 평가액은 3개월 만에 13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그나마 해외주식과 국내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전체 수익률을 방어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3분기 말 기금 전체 운용수익률이 9.18%(잠정치)를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상반기(9.71%) 대비 수익률이 0.53%포인트 줄었다.
기금 운용 수익률을 끌어내린 것은 국내 증시가 추락을 거듭, 전체 기금의 12.7%를 차지하는 국내주식 수익률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국내주식 수익률은 8.61%, 평가액은 약 158조7000억원이었으나, 3분기 국내주식 수익률은 0%대(0.46%)로 급감했고 평가액도 145조7660억원으로 줄었다. 1개 분기 만에 국민연금 평가액이 약 13조원 증발한 것이다. 국내주식은 전체 기금의 12.7%를 차지한다.
반면 전체 기금 중 각각 34.8%, 29.3%를 차지하는 해외주식과 국내채권 부문의 수익률은 개선됐다. 해외주식 수익률은 상반기 20.47%에서 21.35%로 상승했고, 평가액도 약 399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8조원 가량 늘었다.
국민연금공단은 “해외주식은 미국 금리인하와 대형 기술주 중심의 랠리로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 상승이 더해져 운용수익률이 양호했던 반면 국내주식은 대형기술주 실적 우려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국내 채권의 수익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움직임으로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 같은 기간 1.66%에서 4.09%로 반등, 평가액이 약 5조원 가량 늘었다.
해외채권 수익률은 전분기 대비 약 1%포인트 하락한 6.97%,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는 약 3%포인트 하락한 5.05%를 기록했다. 전체 부문 중 국내주식에서 가장 부진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7월 초 2900선에 근접했던 코스피는 9월 말 2593.27로 연초보다 지수가 하락했다. 3분기 코스피는 7.31% 하락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주요 수급 주체인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했고,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가 본격화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추락한 여파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민연금 전체 국내주식 비중의 28.91%를 차지했는데, 3분기 말 삼성전자의 주가는 3개월 전보다 24.54% SK하이닉스는 26.17%나 급락했다.
국내 증시 부진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은 2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경기 부진 우려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우려로 코스피는 29일 2455.91까지 밀렸다.
해외주식 대비 국내주식의 운용 수익률 부진이 계속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이탈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의 충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최근 3년(2021~2023년) 평균 수익률은 국내주식이 0.21%, 해외주식이 11.96%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