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 교수와 연구자들이 지난 28일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전국 각 대학에서 봇물처럼 번지고 있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합류한 것이다. 같은 날 천주교 사제 1466명이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하자”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의사·간호사·약사 등 1054명의 보건·의료인들도 시국선언 행렬에 동참했다.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에 밑바닥에서 끓고 있던 각계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양상이다.
서울대 교수와 연구자 525명은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선언에서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시국선언 사상 참가자수가 가장 많다고 한다. 교수들은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에서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라며 법대 동문인 윤 대통령에 대한 탄식을 담았다. 이날 천주교 사제들은 “우리는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하자”고 했고, 보건·의료인들은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윤석열 정부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학계·종교계 등은 시국선언을 통해 권력에 경고음을 내왔다. 지금의 시국선언 행렬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연상케 하지만,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의료 붕괴, 경제 파탄, 언론 탄압, 김건희 여사의 공천·국정 개입 의혹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오죽하면 사회의 지성이라 할 수 있는 대학 교수들이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대통령의 탄핵·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겠는가.
29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조사보다 1%포인트 하락한 19%로 3주만에 10%대로 되돌아갔다. 7주 연속 ‘김건희 여사 문제’가 부정 평가 이유의 최상위였으나 이번엔 ‘경제·민생·물가’가 15%로 가장 높게 나왔다. 윤 정부가 경제에서 성과를 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여론은 민생 파탄을 우려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윤 대통령과 여권은 시국선언에서 표출된 민심을 두려운 마음으로 성찰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성난 민심이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서울대 교수들은 “정부의 거듭되는 실정과 실책, 그로 인한 혼란의 뿌리에 대통령과 부인에 의한 권력 사유화와 자의적 남용이 있지만 윤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책임지는 자세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을 수용하는 것이 국정 수습의 첫걸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통령이 더는 국민을 이기려고 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