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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정명령 받은 직무대리 검사, 4개월 걸친 재판부 문제 제기에도 버텼다

2024.12.02 15:50 입력 2024.12.02 15:58 수정

재판부의 13쪽짜리 퇴정명령서 살펴보니

수원지검 성남지청. 연합뉴스

수원지검 성남지청. 연합뉴스

성남FC 의혹 사건 재판에서 공소를 지휘하던 주임검사가 재판부 명령으로 퇴정당하기 약 4개월 전부터 ‘1일 직무대리’ 형태로 재판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위법하다”는 재판부의 지적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관행”이라는 이유로 버텼지만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검사에게 ‘법정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13쪽짜리 퇴정명령서를 작성해 “검사의 직무대리 관행은 법률과 규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2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재판장 허용구)의 퇴정명령서를 보면, 재판부는 지난 7월22일부터 정모 검사의 직무대리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검사가 부산지검에 소속돼 있으면서 성남FC 의혹 사건 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1일짜리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일한 건 검찰청법과 검찰근무 규칙조항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검사로 일한 적이 있는 허 부장판사는 지난 9월30일 재판에선 “검찰 스스로 시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 “관행이 불법이라면 용납할 수 없어”

넉 달 간의 시정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11일 재판부는 정 검사에게 퇴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퇴정명령서에서 정 검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1일짜리 직무대리 발령이 검찰근무 규칙 4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적었다. 이 조항은 ‘직무수행상 필요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그 관할에 속하는 검찰청의 검사 상호 간에’ 직무대리 발령을 낼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이 ‘같은 관할 검찰청 검사들끼리만 직무대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5조를 무력화 또는 형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밝혔다. 정 검사는 성남FC 의혹 사건 재판을 진행하면서 검찰 의견서 작성에 관여했는데, 이는 공판기일 이외에 이뤄진 것이라서 직무대리 발령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증거의 양이 방대하고 사안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직무대리 발령 필요성을 주장한 것에 대해선 “그런 주장이라면 오히려 장기간 직무대리 발령을 내는 게 타당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오랜 관행”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관행이 불법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소속청의 관할구역을 벗어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검찰 내부적으로는 지휘·감독권의 정상적인 작동이 어려워지고 중복수사 또는 직무의 충돌이 일어날 우려가 높다”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고 나아가 법원의 관할 규정이 형해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법원에 법관 기피신청서를 내며 맞받았지만 지난달 29일 기피신청이 기각되면서 허 부장판사가 그대로 재판을 진행한다. 반면 정 검사는 재판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검찰 측은 기피신청을 기각한 결정문을 받아 본 후 항고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항고·재항고 등 검찰의 반발이 이어지면 이 문제를 둘러싼 법원·검찰 사이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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