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만 잘하면 ‘인조’도 괜찮아

축구장 잔디 전문가 4인 대담

국내 축구장 잔디 관련 전문가 4명이 서울 오산고에서 대담을 마친 뒤 인조잔디에 손을 대는 포즈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FC서울 강주혁 선수,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양인규 책임연구원, 대전 하나시티즌 장세환 대리, 왕산그린 이강군 대표.

국내 축구장 잔디 관련 전문가 4명이 서울 오산고에서 대담을 마친 뒤 인조잔디에 손을 대는 포즈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FC서울 강주혁 선수,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양인규 책임연구원, 대전 하나시티즌 장세환 대리, 왕산그린 이강군 대표.

폭염, 폭우, 관리 소홀, 인식 부족 등으로 엉망이 된 축구장 잔디가 올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정감사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인조잔디구장에서 6년 동안 뛰어본 FC서울 강주혁 선수, 국내 유일의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시험기관인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KCL) 양인규 책임연구원, 축구장 잔디를 잘 관리한다는 평가를 받는 대전 하나시티즌 장세환 대리, 천연잔디 관리 전문업체 왕산그린의 이강군 대표가 머리를 맞댔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답변은 무기명으로, 하나로 처리했다.

■폭우·폭염 시 리그 일정 최소화

폭우, 폭염 때 경기장 사용 여부와 횟수 등을 구단과 선수단이 서로 양보하면서 조율해야 한다. 지금 축구장에 깔린 한지형 잔디는 원래 여름에 취약하다. 비가 많이 오면 더욱 쉽게, 훨씬 심하게 훼손된다. 잔디가 덜 건강하냐, 더 건강하냐 문제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 폭우·폭염 시 쿨링 브레이크제를 도입하는 등 일정을 조절해야 한다. 폭염, 폭우에 한해서 인조잔디 사용을 검토해야 한다.

■ 잔디 관리 주체는 축구단

관리는 구단이 해야 한다. 시설관리공단, 도시공사는 잔디 관리를 잘해도 보상받지 못하고, 잔디가 엉망이 되면 욕을 먹는 구조다. 잔디는 쓰지 않으면 무조건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공단(공사)은 잔디를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자체가 구단에 일정 예산을 주고 구단이 일정 예산을 보태 잔디를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잔디 관리를 구단과 공단(공사)이 함께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홈구장을 빼고 연습구장이 최소 2~3곳 필요하다.

■ 정량적·객관적 평가 시스템 도입해야

FIFA는 2021년부터 축구장 잔디 평가 시스템을 구축했다. 평탄성, 충격 흡수성, 회전저항뿐만 아니라 잔디 식생, 함수율, 토양, 색깔 등 관리 지표도 아주 세밀하고 전문적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선수의 느낌 등 정성적인 것뿐만 아니라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전문 지표도 많이 포함한 축구장 잔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잔디가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리그 참여·홈경기 개최를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학적, 공식적 기준이 있어야 잔디 관리 예산을 늘릴 근거가 된다.

■ 설계·시공부터 장비까지 일관돼야

채광기 6대가 한 세트다. 수입하면 10억원이 넘는다. 채광기를 쓰려면 경기장 사방에서 전기 공사를 따로 해야 한다. 경기장 한 곳을 관리하려면, 최소한 채광기 6대, 송풍기 6대가 있어야 한다. 돈으로 따지면 20억원 안팎이다. 이렇게 노력해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잔디가 좋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건 설계, 시공 자체가 잘못됐거나 너무 오랫동안 방치됐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시공을 다시 하지 않는 한, 잔디를 높은 수준으로 관리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 ‘부분 대체재’ 인조잔디, 이제 시작

지금 프로 선수들은 그동안 관리가 안 된 인조잔디 구장에서 뛴 경험밖에 없어 인조잔디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지금 국내에 있는 인조잔디 구장은 대부분 관리가 너무 부실해 축구 경기를 아예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 유럽에 깔린 최고 수준 인조잔디는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좋다. 국내 몇곳에 수준급 인조잔디를 깔고 잘 관리하면서 선수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해봐야 한다. 그러면 선수들 인식도 달라지고 인조잔디에 대한 막연한 거부담도 줄 것이다. 인조잔디는 잘 시공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한다면 10년 이상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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