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불황이 길어지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보릿고개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석유화학 업계는 단기간 내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재편하고 해외 법인을 정리하는 등 수익성 개선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3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전날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1~3공장 가운데 2공장의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이 공장은 올해 상반기 페트(PET)에 이어 이번에는 에틸렌글리콜(EG)과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생산라인을 멈추게 됐다. 여수 2공장은 이들 3곳을 포함해 총 5개 생산라인이 있는데 2곳은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기초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법인을 대폭 정리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롯데케미칼타이탄(LC) 등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비중이 높은 기초화학 부문을 축소하고 고부가가치 사업 쪽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기초화학 생산 부문의 원가 절감,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공장 단위의 운영 효율화를 진행 중”이라며 “일부 라인의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공장 철수와 관련해서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위기론의 중심에 있는 롯데케미칼은 유동성 우려에 대해 자산 재평가와 저수익 자산 매각, 투자 축소 등 자구책 동원에 이어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은 1년 만에 이영준 총괄대표로 수장을 전격 교체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 역시 전남 나주공장의 알코올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여수와 나주 공장 두 곳에서 알코올을 생산해왔으나 이번 결정으로 알코올 생산은 여수 공장으로 일원화된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2월에도 나주공장의 아크릴산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대산·여수 공장의 석유화학 원료 스티렌모노머(SM)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LG화학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석유화학사업본부장에 김상민 전무를, 첨단소재사업본부장에는 김동춘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재계와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눈에 띄는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덤핑 공세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석화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출범했지만 이렇다 할 후속 행보는 내지 못했다.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는 이달 중 지원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정부 관계자와 업계 모두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