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직무정지 통보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심문에서 이 회장과 문체부가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 회장 측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했고, 정부 측은 “비위사실이 소명됐고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송각엽)는 3일 이 회장이 문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무정지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 회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문체부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이 회장에 대해 각종 비위 사실을 이유로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달 10일 체육회 비위 여부 점검 결과 직원 부정 채용과 물품 후원 요구, 체육회 예산 낭비 등 이 회장에 대한 비위 혐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 회장 등 8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이 회장은 문체부가 직무정치 처분을 내리자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이날 이 회장 측은 “아직 정식 수사가 개시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의혹만으로 직무정지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며 “객관적인 사유 없이 급하게 처분을 하다 보니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사전통지를 누락하고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절차상 치명적인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의 임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고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정부의 직무정지 처분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문체부는 직무정지에 대한 처분 권한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정부 측은 “이 회장 측은 비위 혐의가 확정된 게 아니라고 하지만 국가 감독기관에 의해 상세한 비위사실이 소명된 상태에서 기소 또는 확정판결까지 이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는 게 옳은지 반문하게 된다”며 “이 같은 부당한 상황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운영법이 새롭게 입법이 된 것이고, 문체부는 법률 취지에 따라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은 이 회장의 비위행위로 체육회의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는 점에서 직무정지 처분이 적법했다고도 했다. 절차상 하자라는 지적에 대해선 “수 차례 이 회장 측에게 소명기회를 줬고 혐의에서 벗어날 기회를 줬음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27일까지다. 이 회장은 현재 체육회장 3선 연임 도전장을 냈다. 체육회 정관에 따라 선거일로부터 90일 전까지는 회장 직무가 정지된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자동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 내용을 토대로 오는 10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추가 의견을 받은 뒤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