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행정중심의 ‘굴욕’세종시, 상가 공실 심각

2024.12.03 21:18 입력 2024.12.03 21:21 수정

5년 된 대형상가 40% 빈 가게

소비 역외 유출·인구 정체 탓

산단·기업 유치 등 해법 거론

세종시 나성동에 있는 대형 상가 건물 1·2층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세종시 나성동에 있는 대형 상가 건물 1·2층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상가 임대·매매. 임대가 협의 가능. 프랜차이즈 환영.”

지난달 26일 찾은 세종시 나성동 일대 상가 건물들에는 임대 안내문과 현수막이 즐비했다. 한 아파트 1층 상가는 도로변 점포들도 공실로 남아 주인을 찾고 있었다. 인근 중심상업지구의 대형 복합 상가는 상황이 심각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나 의류 매장이 있던 자리에도 영업 종료 안내문과 임대 광고가 붙어 있었다. 상가 2~3층은 거의 통째로 비어있는 상태였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형 상가가 지어진 지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공실률이 40% 정도 된다”며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하다보니 입점했던 가게들도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결국 못 버티고 나가서 또 공실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공실 문제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지역의 난제로 자리 잡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대두됐던 문제지만 여전히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신도시인 행정중심복합도시 상가 공실 문제는 초기 공급 과잉과 비싼 임대료 등에서 비롯됐다. 다만 2019년부터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상업용지 공급 조절과 상업시설 규모 제한, 업종 제한 완화 등의 대책을 추진하면서 30%를 넘어섰던 집합상가 공실률은 15.8%까지 낮아졌다. 행복청 관계자는 “세종시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 지역 상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합상가 공실률은 감소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종시 집합상가 공실률이 여전히 전국 평균을 상회하고, 소비 역외유출과 더딘 인구 증가 속도 등이 맞물려 있어 단기간에 공실 문제가 해소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는 1인당 카드사용금액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역외 소비율도 41.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당초 2030년 80만명으로 계획됐던 인구 목표가 50만명으로 수정됐지만, 현재 이마저도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종시와 행복청 등 관계기관도 상가 공실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최근에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상가공실박람회’를 열고 상가 활성화 종합대책도 내놨다. 상업용지 일부 용도를 전환하고, 로컬상권과 브랜드 개발로 지역 상권을 명소화하는 등 수요 진작과 소비 촉진 대책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 등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인중개사 박모씨(57)는 “일회성 행사나 단편적인 상가활성화 대책으로는 장기간 쌓인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소비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복합상업시설 등을 유치하는 동시에 산업단지 기업 유치를 통한 인구 유입 대책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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