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19년 견뎠다…언니는 멈추지 않는다

2024.12.03 21:40 입력 2024.12.03 21:41 수정

‘통산 최다 득점’ 하나은행 김정은

파란만장 19년 견뎠다…언니는 멈추지 않는다

571번째 경기서 정선민 기록 깨
‘드래프트 1순위’ 시작 좋았지만
팀 해체·첼시리 사태 등 ‘고전’

돌고 돌아 30대에 복귀한 첫 팀
최고참 주장 돼 PO 진출 이끌어

여자프로농구 현역 최고참 김정은(37·하나은행·사진)이 지난 2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3라운드 용인 삼성생명과의 홈경기에서 통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경기 전까지 통산 570경기에서 8139점을 기록하고 있던 김정은은 이날 경기 시작 25초 만에 2득점을 올리면서 정선민 전 국가대표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통산 최다득점 기록(8140점)을 넘어섰다. 이날 총 8득점을 올린 김정은은 통산 8147점을 쌓았다.

한국 여자농구 사상 최고 슈터였던 정선민은 WKBL이 출범한 1998년부터 2012년 은퇴할 때까지 정규리그 415경기에서 8140점을 넣었다. 김정은은 지난 시즌 8000점을 돌파해 그 뒤를 이었고 정규리그 통산 571경기째인 이날 통산 최다 득점 고지를 밟았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부천 신세계의 지명을 받고 데뷔한 김정은은 빼어난 운동 능력을 앞세워 데뷔 직후부터 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슈터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통산 최다득점 고지에 오르기까지 19년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첫 팀이었던 신세계가 2012년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나은행이 인수해 다시 창단하는 과정에서도 김정은은 팀을 지켰다. 만년 하위팀에서 챔피언이 되는 꿈을 꿔온 김정은은 데뷔 10년 만인 2015~2016시즌에 처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그러나 귀화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발각된 ‘첼시리 사태’ 때문에 그 준우승 기록은 리그 역사에서 삭제되고 말았다.

김정은은 이듬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서 결국 10년 넘게 뛴 하나은행을 떠나 아산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팀을 바꾸자 곧바로 생애 첫 우승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MVP로 꽃을 피울 수 있었다. 2022~2023시즌까지 우리은행에서 두번째로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김정은은 다시 FA가 되자 자신의 첫 팀 하나은행으로 돌아갔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발목 등 여기저기에 부상을 달고 살지만 테이핑을 하고 거의 매 경기 뛰면서 통산 최다득점 고지에 기어코 올랐다. 김정은이 떠날 때 풍파를 겪었던 하나은행은 그 뒤로도 챔프전은커녕 하위권을 헤맸다. 30대 후반의 최고참이 되어 돌아간 김정은이 주장까지 맡아 어린 후배들을 끌면서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4위가 돼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

정선민을 비롯해 전주원, 변연하 등 여자농구 슈퍼스타들을 선배로 두고 리그에서 성장해왔던 김정은은 “정말 농구를 잘하는 언니들 밑에서 함께 농구를 했다. 대표팀에 가면 언니들의 모든 것을 배우고 닮고 싶었다. 지금은 그런 경험을 한 선수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언니들이 잘 닦아놓은 덕에 나도 좋은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나이 들고 깨닫고 있다. 나도 그런 선배인지 돌아보게 된다. 후배들도 선배들이 다져놓은 것에 대해 책임감과 사명감 갖고 뛰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역사는 계속된다. 김정은이 출전한 통산 571경기는 역대 4위, 통산 출전시간(1만8808분)은 역대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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