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며 민주주의를 중시해온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의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평가했다.
NYT는 이날 윤 대통령이 ‘종북 반국가 세력의 척결’을 이유로 내세워 계엄령을 선포한 것을 두고 “미국의 한국과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민주주의 대 독재’ 틀로 외교 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이번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 “힘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NYT는 한국이 지난 수십년간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였던 이유는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가 경쟁하는 이 지역에서 한국이 ‘민주주의의 봉화’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가 민주주의 촉진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계엄령이 그에게 특히 아프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에 맞서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2021년 12월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을 미국으로 초청해 제1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3월 2차 정상회의를 한국,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와 공동 주최했다. 처음으로 미국 밖에서 열린 3차 정상회의는 한국이 2024년 3월 서울에서 단독으로 주최했다.
3차 정상회의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굳건하고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이자 세계 민주주의의 챔피언”이라고 칭하고서 한국이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게 어울린다고 말했다.
NYT는 윤 대통령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2022년 대선을 가까스로 이겨 국내 지지율이 낮다”면서 야당과 의회를 겨냥한 그의 행동은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막으려고 시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조작’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가 부추긴 지지자들이 2021년 1월6일 연방의사당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한 바 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놀란 것으로 보였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계엄령 선포 몇 시간 만에 짧은 성명을 내 “미국은 이 발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우리가 목도하는 상황 전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NYT는 워싱턴DC에는 윤 대통령이 이 시점에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에 대한 추측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정권 교체기에 접어들었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밖에 있어 이때를 선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한국의 계엄령에 대해 보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