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최모씨(45)는 연말에 가족과 함께 서울 명동을 찾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즐기려고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소식에 모든 계획을 취소했다. 최씨는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지만 가족과 함께 겨울 옷도 사고 외식도 하려고 했다”면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서울 광화문과 명동 한복판을 마음 편하게 다니기 힘들 것 같아 당분간 외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통가에 비상이 걸렸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파격 할인 행사 등 연말 특수를 잔뜩 기대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연중 최대 대목이 날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여행사 등은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을 점검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12월 첫 주말 대규모 할인행사는 물론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마켓 등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
연말 모임을 계획했던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씨(27)는 친구들과 함께 주말 서울 근교 아웃렛을 찾아 쇼핑을 하려고 했지만 계획을 접었다. 박씨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며 쇼핑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면서 “동창회 모임도 신년으로 미뤘고 가족들과는 혹시 몰라 긴급 연락처를 만들었다”고 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다각도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야외 행사 등도 일단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정국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도 “비상계엄 사태 이슈도 문제지만 ‘탄핵정국’으로 이어질 경우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는 유통업계가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쇼핑대목인데 어떻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4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가치 하락세에 해외 여행을 준비하던 시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잠실에 사는 주부 김모씨(57)는 결혼 30주년을 맞아 유학간 자녀를 만날 겸 이달 말 미국으로 부부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요동치고 있어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김씨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앞두고 가뜩이나 원·달러 환율이 들썩거려 유학비가 걱정인데 결혼 기념여행 계획까지 접어야 할 판”이라며 “동남아 등으로 떠나려던 지인들도 달러 강세와 불안심리에 여행을 포기하고 있다”고 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떠나려는 고객의 경우 일정 변경 등 문의가 있긴 하지만 아직 취소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다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마음을 졸이기는 마찬가지다. 물가가 치솟고 연말연시 모임을 가급적 줄이려는 추세인 데다 기존 예약 고객마저 취소할 수 있어서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강모씨(61)는 “퇴직한 동료들과 직장 근처에서 술 한잔을 나누기로 했는데 충격적인 뉴스와 불확실한 정국에 약속을 다시 잡기로 했다”면서 “가족 친지와의 모임도 자제하고 조용히 집에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