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사범 윤석열은 퇴진하라!” “내란사범 윤석열을 구속하라!”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다음날인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교정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확성기를 든 학생이 “행진에 동참해주십시오”라고 외치자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 200여명의 학생이 교수들을 선두로 한 행진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고려대 교수·연구자 433명(오후 2시 기준)은 윤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내용의 2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각 대학가에서는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교수들은 시국선언문 등을 발표했고 학생들은 대자보를 붙이고 긴급 기자회견과 항의 행진에 나섰다.
고려대 교수들은 “윤 대통령을 즉각 직무 정지, 탄핵하라” “김용현 국방부 장관·박안수 계엄사령관 등 내란에 참여한 일당을 즉각 체포해 엄벌에 처하라” “김건희와 그 일당이 전방위적으로 벌인 국정농단을 철저히 규명해 엄벌에 처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윤석열이 썩어빠진 냉전 이념에 갇혀 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국가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민을 반국가 용공 세력으로 내모는 모습을 보며 분노했다”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상황을 변화시키지 못한 지식인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를 지킨 시민·국회의원들을 보며 “동시에 희망을 함께 보았다”고도 했다. 이들은 “민주헌정질서를 지키고자 달려간 시민들, 국회를 지킨 국회의원을 보면 그간 많은 독립열사, 민주열사의 헌신과 희생이 민주공화국을 굳건하게 만들어 왔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했다.
이날 시국선언문 발표를 주도한 허은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교수로서, 지식인으로서 사전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막지 못해 학생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같이 해줘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회는 이날 긴급성명서를 내고 “한밤중에 발생한 정치적 사변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어 헌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신속히 종식하기를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교수들도 긴급성명서에서 “대통령 윤석열은 위헌적 계엄령을 늦은 밤 발효한 순간 대통령이 아니라 헌정 파괴 미수범이자 내란죄 수사대상이 됐다”며 “탄핵을 신속히 추진하고, 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완비하라”고 했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 주요대학 총학생회장들도 이날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비공개 모임을 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기 위해 공동 실행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동국대 학생 108명은 ‘윤석열 퇴진 촉구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고려대 학생들도 대자보를 교정에 여럿 붙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불의에 항거하는 4·19 민주 이념을 무참히 짓밟은 윤석열의 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숙명여대·홍익대 학생들도 오는 5일 오후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전국 대학가에서는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라 발표됐다. 가천대 교수노조의 시국선언 발표를 시작으로 한 달 여만에 5300명의 교수·연구자가 동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