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만장일치 해제 요구로 150분 만에 무위로 돌아갔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과 그 민심에 부응한 여야가 ‘친위 쿠데타’에 가까운 헌정 중단 시도를 막아냈다. 백척간두 위기였던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는 정상 궤도를 회복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로 헌법 수호 의무를 진 대통령 자격을 상실했다. 사익을 위해 헌법을 파괴한 행위는 온전히 그가 책임질 몫이 됐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국민이 피 흘리고 희생될 수도 있는 결정을 한 것은 용납받기 어렵다. 헌법 정신과 절차에 따라 탄핵됨이 마땅하다. 헌정 질서 유린에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다면, 탄핵 이전이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유로 ‘내란’적 상황을 들었다. 내란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형법 87조) 경우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하거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91조)이다. 헌정 질서를 짓밟고 국회와 야당을 무력화하려 군이라는 국가 폭력을 동원한 것은 윤 대통령이다.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말살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폭거이고 독재적 행태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감액 예산안 처리와 야당의 정부 인사 탄핵을 계엄 선포 사유로 들었다. 둘 다 헌법상 계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헌법 77조 1항). 지금 상황이 전시·사변에 준한다고 생각할 국민은 없다. 더구나 예산안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는 10일까지 여야 협상을 촉구한 상황이고, 야당이 정부 인사 탄핵을 추진해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받는 헌법 절차가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는 자신과 배우자를 궁지로 모는 ‘명태균 게이트’ 등과 연관지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와 국민은 재앙과 같은 상처를 입었다. 국가 신뢰가 추락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이번 사태가 미국에서 일어난 1·6 의사당 폭동보다 더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평판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외신 평가는 뼈아프다.
야6당은 5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6~7일 표결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수 국무위원들의 반대까지 무시하며 계엄을 강행해 탄핵 요건을 갖췄고,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틀어막기 위해 포고령 1호로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군까지 국회 봉쇄에 투입한 것도 헌법 위반이다.
독재적 발상으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권력자를 국민이 용납할 리 없다. 윤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때 국가 신뢰 회복과 정상화도 첫발을 뗄 수 있다. 여야는 국정조사 등 모든 방법으로 계엄 선포 진상을 규명해 국민 앞에 공개하고, 관련자들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그것만이 광복 후 79년간 국민이 피 흘리며 이룩하고 지킨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역사와 향후 헌정 책임자들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