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물러나라” 비상계엄으로 더 강경해진 의료계…퇴진·탄핵 요구 잇따라

2024.12.05 16:07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형욱 위원장이 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3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형욱 위원장이 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3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5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스스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의대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강경 기조가 더 거세지고 있다.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를 ‘왕’으로 생각하고 왕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자신을 ‘왕’이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통령은 끌어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전날 진행된 비대위 3차 회의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중지를 촉구한다고 의결했다. 또 계엄 포고령에 “전공의와 의료인을 향해 ‘처단한다’는 폭압적 문구를 넣은 당사자와 과정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의결사항에 포함됐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비대위는 “망상에 기초한 비상계엄으로 우리나라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며 “오래전 사직한 전공의를 반개혁 카르텔로 낙인찍는 망상에 기초해 현 의료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이후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더 강해지고 있다. 의료개혁을 정부의 ‘성과’로 내세우던 윤 대통령은 이번 계엄령으로 개혁의 동력을 잃고, 의·정갈등 해결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전날 전공의들이 모인 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계엄의 총알 맞으러 왜 기어들어가냐” “들어가면 나중에 처단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계엄하는 거 보고도 기어들어가면 지능이 딸린다”며 조롱과 비난이 쏟아졌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는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금번 계엄은 조악한 정책 추진과 위헌적 폭압을 일삼아온 윤석열 독재의 반복”이라며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고 했다. 대전협은 “자유 헌정 질서를 파괴한 윤 대통령, 당리만을 추구하는 한동훈 당 대표와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우리는 반민주적인 계엄을 실행한 독재 정권과 대화할 수 없다. 의료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독재자와 이를 옹호한 여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계엄령 선포와 포고령 작성의 진상을 규명하고, 전공의를 특정하여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것을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며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처단받을 수 있다는데 대체 누가 전공의 수련을 받겠냐. 대통령의 충동성 덕분에 의료계는 앞으로 정부를 더욱 불신하고 증오하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이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한다”며 “한덕수 국무총리, 장상윤 사회수석,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각종 청문회와 언론에서 말할 수 없다고 한 전공의, 학생 복귀 플랜 B, C는 계엄령이었던 것이었는가”라고 했다.

여·의·정 협의체에 참여했다 대화를 중단한 대한의학회도 입장문을 내고 정부를 비판했다. 대한의학회는 “계엄 포고령에서 국가 안보와 무관한 의료진을 직접 언급하고 ‘처단’의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의료계를 체제 전복 세력으로 취급한 명백한 증거”라며 “파업과 사직의 차이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났다. 책임 있는 정책 주체로서의 자격이 의심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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