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발표 포고령, 80년 5월 포고령과 거의 일치
정치 활동·집회·파업 금지, 언론·출판 통제 동일
전문가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 회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이 44년 전두환 등 신군부가 비상계엄 전국확대 직후 발표한 포고령과 거의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군부는 당시 이 포고령을 앞세워 광주에 공수부대 등 계엄군을 투입시켜 시민들을 무차별 진압하고 학살했다.
‘쌍둥이 포고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반헌법적 조치’로 법적·역사적 평가가 끝난 1980년 5·17비상계엄 확대조치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향신문이 5일 1980년 5월17일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10호’와 지난 3일 밤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확인한 결과 세부 내용이 거의 일치했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등 신군부는 1980년 5월17일 자정을 기해 1979년 10월27일 선포했던 비상계엄을 ‘대한민국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이희성 육군참모총장은 ‘포고령 10호’발표에 대해 “국가의 안정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 3일 오후 11시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계염사령부 포고령(제1호)’를 발표했다. 계엄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라고 밝히고 있다.
44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각각의 계엄사령부가 발효한 두 포고령의 세부 조치 사항은 거의 유사하다.
먼저 지난 3일 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6가지 세부 조치는 다음과 같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1980년 5월17일 밤 계엄사령부는 ‘포고령 10호’에서 7가지 세부 조치를 발표했다.
가. 모든 정치활동을 중지하며 정치목적의 옥내·외 집회및 시위를 일체 금한다. 정치활동 목적이 아닌 옥내·외 집회는 신고를 하여야 한다. 단 관혼상제와 의례적인 비정치적 순수 종교행사의 경우는 예외로 하되 정치적 발언은 일체 불허한다.
나. 언론·출판·보도 및 방송은 사전검열을 받아야 한다.
다. 각 대학(전문대학 포함)은 당분간 휴교 조치한다.
라. 정당한 이유 없는 직장 이탈이나 태업 및 파업 행위를 일체 금한다.
마. 유언비어의 날조 및 유포를 금한다. 유언비어가 아닐지라도 1) 전·현직 국가원수를 모독, 비방하는 행위 2)북괴와 동일 주장및 용어를 사용, 선동하는 행위 3)공공집회에서 목적 이외의 선동적 발언 및 빌서를 문란시키는 행위는 일체 불허한다.
바. 국민의 일상생활과 정상적 경제활동의 자유는 보장한다.
사. 외국인의 출·입국과 국내여행 등 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한다.
본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없이 체포, 구금, 수색하여 엄중 처단한다.
두 계엄 포고령은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 통제’, ‘파업 및 태업 금지’, ‘국민일상 보장’ 등의 내용이 일치한다. 1980년의 ‘유언비어 날조 및 유포금지’는 ‘가짜뉴스·여론조작·허위선동을 금한다’로 바뀌었다.
‘위반자는 처단한다’는 섬뜩한 문구도 모두 들어있다. 두 계엄 포고령의 차이는 ‘대학휴교령·외국인 자유보장(1980년)’, ‘의료인의 48시간 복귀(2024년)’ 정도만이 다르다.
1980년 당시 계엄군은 이 포고령을 바탕으로 광주 시민들을 유혈진압하고 학살했다. 계엄군과 경찰은 또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수천명의 광주 시민들을 체포해 연행·구금해 처벌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직후 발령된 포고령이 1980년 5월과 거의 같다는 점은 이번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1997년 대법원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와 노태우씨가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조치 등에 대해 “헌법기관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강압해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유경남 5·18기념재단 기록진실팀장은 “1980년의 계엄포고령 10호는 박정희 시대 발령된 ‘긴급조치’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번 계엄에서 비슷한 내용의 포고령이 발령된 된 것은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졌던 독재 시대로의 회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본래 계엄령은 ‘분단국가’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데 그동안 발령된 계엄령은 모두 ‘내부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었다”면서 “이번 비상계엄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