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비상계엄’ 자영업자에게 불벼락…송년회·회식 줄줄이 취소

2024.12.0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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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서울 명동거리 한 식당 메뉴판.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돼지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기현씨(43)는 연말 장사가 괜찮냐는 질문에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내저었다. 김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을 돕겠다고 하더니 다음날 바로 비상계엄을 때리지 않았냐”라며 “코로나는 둘째치고 정말 IMF를 직통으로 맞은 것처럼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 테이블을 예약했던 6팀이 예약을 취소했고, 이날 저녁에도 46명 자리를 예약했던 손님으로부터 못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4~5일 광화문·종로 일대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타격으로 시름이 깊다고 했다. 송년회·회식 등 각종 행사로 가게가 북적여야 할 시기지만 테이블이 비어 휑한 가게들이 많았다. 특히 정부 부처와 각종 위원회 등 정부 기관이 몰린 종로구 일대 상인들은 “연말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6년째 식당을 하고 있는 A씨는 지난 4일 오후 6시30분쯤 가게 일부에만 불을 켜고 영업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모든 테이블이 차 있을 때였지만 계엄 사태로 정부 기관에서 예약한 2건이 취소됐다고 했다. A씨는 “아침에 계엄령 뉴스를 보는데 ‘이제 정말 어쩌나’ 싶어 눈물이 줄줄 났다”며 “가게 손님 중 공무원 손님 비중이 70%는 되는데 예약 취소가 앞으로도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세종문화회관 인근 식당들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한 고깃집은 이날 저녁 10~12명씩 잡혀있던 단체예약이 줄줄이 취소돼 80여명 가량이 ‘펑크’가 났다고 했다. 종로5가의 한 식당은 일본인 관광객 손님이 하루 저녁 평균 4~5팀 오는데 이날은 한 팀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공무원뿐 아니라 일대 직장인과 관광객 소비 심리마저 위축된 영향으로 보인다.

13년째 전집을 하는 B씨는 “점심 손님마저 너무 없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일대 직장인들이 비상계엄 영향으로 오전 늦게 출근해 일찍 퇴근한다더라”라고 말했다. B씨는 “점심이고 저녁이고 홀이 텅텅 비었다”며 “이대로면 12월 장사가 힘들 것 같아서 일하는 직원 수를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대통령이 민생을 신경쓰긴커녕 경제 위기를 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예산이 통과가 안 됐으면 대화로 풀어야지 계엄령을 내리는 게 어딨냐”라며 “말로만 소상공인을 돕는다고 하지 대책이 안 보인다”고 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C씨는 “윤 대통령이 입에 올리는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믿지 않는다”며 “여름부터 숨이 막힐 만큼 힘들었는데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충남 공주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긁어모아 여러분이 사기를 잃지 않고 힘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다음 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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