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안보’ 외치더니…계엄으로 “모두 무너졌다”는 자조 나와

2024.12.05 18:02

한·미 NCG 회의, 외교 일정 순연

경제 정책 최우선 목표도 ‘안정화’

‘식물 정권’ 전락하나…“모든 게 무너져”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국회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의 계엄군이 깬 유리창을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국회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의 계엄군이 깬 유리창을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 여권에서는 정부의 역점 추진 과제들이 “무너졌다”는 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대내외 안보·경제 위기 국면에 국정 리더십 붕괴를 자초하면서 그간 강조한 ‘민생·경제·안보’ 구호는 무색해졌다. 국정 동력이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5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면직하고 후임에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내정했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점이 불투명하고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 인사청문회가 언제 열릴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국방장관 공백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6월 체결된 북·러 신조약이 지난 4일부로 발효했다고 이날 밝혔다. 조약에는 ‘북·러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놓이면 다른 쪽이 지체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4차 회의와 1차 NCG 도상연습(TTX)은 모두 연기됐고 미국 국무부는 비상계엄 선포가 “심한 오판”이라고 했다.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외교력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정부가 힘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글로벌 중추 국가’ 기조에도 먹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요 외신은 비상계엄 사태를 긴급 타전했다. 윤 대통령은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방문 기간에 비상계엄을 선포해 외교 결례 논란을 불렀다. 5~7일로 예정됐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공식 방한도 무기한 연기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외교·안보는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자부심을 많이 갖고 있던 영역”이라며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졌다”는 말이 나왔다. 신원식 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비상계엄 사전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국정 목표로 제시한 ‘양극화 타개’는 공허한 정치적 구호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당초 민생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내수 소비 진작 대책 발표를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직후 경제 상황 안정화를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주식·외환·코인 시장은 요동쳤고, 금융당국은 충격 완화를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가용한 조치를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야당의 정치 활동을 문제 삼아 대의기관인 국회에 계엄군을 진입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여론이 거세지면 사실상 식물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리얼미터가 지난 4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3.6%에 달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탈당 요구에 “반대한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의견을 밝힌 또 다른 여당 의원은 “모든 게 무너졌다”면서 국정 동력 회복 방안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이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게 대통령실의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많이 본 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