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이미지는 현실?
2024년 12월3일은 여러모로 역사에 남을 날이다. 대통령의 긴급 담화 이후 45년 만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눈이 조금만 와도 울리던 재난문자는 잠잠했다. 갑자기 선포된 계엄령은 국회의원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6시간 만에 해제되었다. 시작도 끝도 지독하게 급작스러웠다.
3일 저녁,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왓츠앱 메신저가 계속 울렸다. 무시할 수 없는 정도로 울리는 진동에 메신저를 켜 내용을 확인해보니 영국과 미국 친구들이 나의 안전을 묻고 있었다. 어리둥절해서 인터넷에 접속해 보니 계엄령이 발표되었다는 기사가 속보로 뜨고 있었다. 현지시간으로 한낮에 텔레비전 뉴스를 보던 친구들이 BBC와 CNN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에 놀라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나중에 유튜브로 해외 보도를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국회 앞 풍경만 보도되다 보니 전쟁이라도 난 듯 무섭고 위험해 보였다.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를 포위하고 있고 시민들이 국회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다급하게 국회 담장을 넘는 국회의원들과 항의하는 국회의원에게 총구를 겨누는 이미지가 반복해서 보도되었다. 밖에 나가지 말고 안전하게 있으라는 친구들의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고 나니 미디어에 비치는 현실이 과연 다 진실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언젠가의 일이다. 멕시코시티에서 아침 산책을 하다가 숙소에서 불과 1㎞ 떨어진 곳에서 총격을 맞은 가게를 발견했다. 기관총을 멘 경찰들이 가게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진이 멕시코시티의 전부를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진 속 이미지는 어느 날, 어느 시간을 잘라낸 일부의 현실일 뿐,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되지 못한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현실의 축소판’이라고 대부분 생각하지만, 사실 공개되는 사진들은 선택에 의한 것들이다. 수전 손태그는 <사진에 관하여>를 통해 “사진작가들이 현실을 비추는 데 가장 관심이 있을 때조차도, 그들은 여전히 취향과 양심의 암묵적인 명령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이 보여주는 것은 현실의 일부를 선택하고 해석한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현대 미디어에서 송출하는 사진과 영상이 모두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를 전달하는 이들은 날카로운 혜안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메시지를 전달할 의무가 있다. 때로는 일부가 전체를 반영하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