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워도, 단백질 워터, 마이크로 레스토랑, 인공지능(AI) 요리.’
내년에 우리 식탁에서 일어날 변화의 핵심 키워드다. ‘2025년 음식 트렌드’ 관련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내년 음식 트렌드는 개인 선택과 취향이 강조된 개별화와 음식 산업에서의 AI 적용 확대로 요약된다.
먼저 미국 최대 유기농업체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 최근 발표한 ‘2025년 푸드 트렌드’는 지속 가능성과 건강·영양을 열쇠말로 꼽았다. 홀푸드마켓이 매년 말 공개하는 ‘푸드 트렌드’는 글로벌 식음료 업계에 영향력이 큰 보고서의 하나다.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기능이 강화된 물(전해질 워터, 탄산 코코넛 워터, 단백질 워터 등)의 약진이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음식인 물부터 달라지는 것이다. 아미노산과 무기질이 풍부한 해초류도 내년 유행 예감에 포함됐다. 해초류는 칼로리가 낮은 데다 지구적 지속 가능성에 핵심인 탄소포집도가 뛰어나다.
또 마니아층만 즐겨 먹던 빵인 사워도의 확산도 흥미롭다. 사워도는 천연 발효종을 이용, 오랜 시간 발효시켜 소화가 잘되지만 가격이 일반 빵에 견줘 1.5~2배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사워도가 빵뿐 아니라 피자, 크래커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지난 9월 발간된 김난도 서울대 교수(소비자학과)의 <트렌드 코리아 2025>는 내년 소비 트렌드의 하나로 고정관념을 깨는 ‘옴니보어’ 소비를 꼽았다. 옴니보어는 잡식성 또는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옴니보어 소비는 나이, 성별, 소득에 따른 경계와 구분을 넘어 개인의 취향이 뚜렷한 소비 형태를 말한다. 김 교수는 옴니보어 추구 소비자들은 ‘기후 감수성’, 삶의 큰 변화가 아닌 1%만 변화시켜도 만족하는 ‘원포인트업’ 같은 키워드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단백질 워터, 사워도는 원포인트업 같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온라인 플랫폼인 마사스튜어트는 큰 틀의 변화를 예측했다. 이 사이트는 가장 주목할 2025년 트렌드로 ‘마이크로 레스토랑’을 내세웠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들이 아예 자기 집에서 작은 레스토랑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 당국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이런 영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도심이 아닌 주택가에 레스토랑뿐 아니라 카페, 칵테일 바, 서퍼클럽 등 다양한 형식의 작은 음식점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이 사이트는 AI에 의한 음식 산업의 변화를 점쳤다. 사람이 없는 로봇 햄버거·커피숍·초밥집이 이미 운영돼온 데다 ‘챗GPT’ 같은 AI를 통해 요리 레시피는 물론 외식 아이디어를 구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AI 요리가 확대되면,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관계의 플랫폼 구실을 해온 레스토랑의 개념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런 트렌드가 내년 우리 식탁에서 얼마나 구체화되느냐에 따라 2025년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일상식과 외식의 개념까지 크게 바뀌는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