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일과 4일 약 6시간, 대한민국은 45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의 취지는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종북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임을 강조했다. 계엄령 선포 이후 군경은 국민주권의 상징인 국회 봉쇄와 난입을 시도했다. 헌법에 적시된 비상계엄 해지 요구 의견을 막기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기술발전으로 국민들은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회 침탈과 해제까지 실시간 지켜보았다.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국회 봉쇄와 침탈을 위해 억압적 국가기구가 동원됐다. 국무위원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터줬고, 국회 봉쇄는 서울경찰이, 침탈에는 특전사와 특임대 등 최정예 부대가 중무장한 채 동원됐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군용헬기와 장갑차도 등장했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도 계엄군의 모습이 확인됐다. 독재정권 시절에나 가능한 장면들이다. 시민들 덕분에 국회를 지킬 수 있었다. 전 세계 언론은 한국의 이런 모습들을 속보로 다뤘고, 해외동포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계엄군이 삼부요인을 감금하고, 국회와 언론 및 대학을 장악한다고 생각해보자. 계엄사 포고령 1호가 작동했을 상황은 어땠을까. 국회와 그외 모든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가 통제한다. 포고령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 및 처단이 가능했다.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 금지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 수천명이 국회부터 주요 기관들을 봉쇄하고, 시민의 발을 묶어두었을 테다. 계엄령 선포는 공포정치이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정치적 반동이다. 계엄이 끼칠 여파는 적잖았을 것이다. 경제와 무역, 민생과 노동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상계엄에도 국민들은 문자 하나 받지 못했고, 계엄 발표에 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계엄’이란 단어조차 낯선 청년부터 과거 독재정권의 상흔을 잊지 못하는 분들까지. 방송을 통해 비상계엄을 접한 시민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시민부터, 무장군인들의 모습에 무섭고 두려움을 느낀 학생들까지. 대한민국 시계를 과거로 되돌린 내란을 시민들의 힘으로 막았다. 국민의 주권을 대리하는 국회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인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삼권분립의 원칙, 즉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준 하루였다.
이미 언론을 통해 비상계엄의 ‘요건’과 ‘절차’ 모두 위헌·위법성이 확인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세 가지뿐이다. 국회 탄핵과 별개로 국헌문란 행위에 내란·반란죄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우리는 탄핵 이전에 ‘하야’를 요구해야 한다. 이미 국민의힘은 탄핵이나 하야를 피하기 위해, 내각 총사퇴와 거국내각 구성, 임기단축 개헌 등 ‘질서있는 퇴진’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정치적 수사를 흘리고 있다. 야당에 정권을 내주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이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자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
보수정권의 핵심은 기존 체제 유지와 순응이다. 개혁과 변화에 민감하기보다 점진적 개선을 통한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그들의 철학이다. 윤석열과 그 패거리들은 정통보수도 아니다. 저들의 행태를 그 어떤 명분과 논리로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비상계엄의 원인은 그리 중요치 않다. 헌정질서 유린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묻기 위해 나는 고발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적시된 ‘국민의 주권과 권력’ 이럴 때 행사하자. 윤석열 ‘하야’ 요구를 하는 노동조합 총파업에 지지를 보낸다. 곧 새해를 맞이한다. 하야나 탄핵 이후엔 무엇을 준비할지도 고민하자. 과거를 답습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