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6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미복귀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표현이 담긴 계엄 포고령에 대한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의료계에서는 대통령 퇴진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6일 서울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헌정질서를 흔든 것은 바로 대통령”이라며 “국민을 처단한다는 대통령은 당장 물러나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비대위는 “대통령은 과연 누구를 일컬어 반국가세력이라 손가락질 하는 것이냐”며 “힘든 상황에서도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묵묵히 본분을 다하는 국민입니까, 아니면 현장을 알지 못한 채 정권의 이익을 위해 아무도 설득시키지 못하는 정책을 쏟아내는 대통령입니까,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대도록 명령한 자들입니까”라고 물었다.
또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누가 탄핵에 찬성하는지 온 국민이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며 “그분만이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국민의 표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이어 “반민주 대통령 물러나라” “군사동원 쿠데타 규탄한다” “독단적 의료개혁 중단하라” “의료인이 처단의 대상인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서울대병원 앞을 지나가던 일부 시민들도 이를 따라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후보이기도 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사들이 길게 저항했기 때문에 크게 이슈가 되는 것이지, 우리 전에 화물연대와 노조 등 여러 집단들이 억압을 당했다”며 “이번이 우리 차례일 뿐 그 다음 정부의 억압 대상은 기자, 군인, 소방 공무원 등 누구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 역시 윤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전임 임현택 의협 회장 집행부에서 대변인을 지냈던 최안나 후보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의료농단 대통령의 즉각 탄핵을 촉구한다”며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계를 적으로 돌리는 정권은 좌우를 막론하고 유지될 가치가 없다”고 했다.
주수호(미래의료포럼 대표) 후보도 이날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들은 의사를 주적으로 삼고 있는 현 정권을 인정할 수 없으며, 내란죄를 저지른 대통령과 정권의 퇴진을 그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날에도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대통령은 의료계에 내린 계엄령을 해제하고 즉각 하야하라”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여당도 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수하 교육부, 보건복지부 장·차관들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책임을 물어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전의비는 의대가 소속된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들에게는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수하들의 겁박으로 진행된 의대 증원을 원점 재검토해 달라”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의대 증원에 편승하겠다는 것은 소탐대실”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