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통령 직무정지’ 입장에 발칵···결국 ‘탄핵반대 당론 유지’로 끝난 국민의힘 혼돈의 하루

2024.12.06 17:50 입력 2024.12.07 00:15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6일 야당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 집결해 탄핵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국회 방문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6일 야당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 집결해 탄핵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국회 방문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임박한 6일 국회의사당에는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여야 의원들은 회의를 거듭하며 탄핵안과 표결 시점을 둘러싼 논의를 지속했다. 한때 윤 대통령이 국회를 찾을 거라는 소식 전해지면서 출입을 저지하려는 의원들의 집단행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8시40분에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열린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회의는 공지보다 45분 늦어진 오전 9시25분쯤 시작됐다. 굳은 표정으로 입장한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만한 근거를 통해서 확인했다”며 윤 대통령 직무집행정지를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의 입장 선회였다. 여당 내부에서도 당황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 전망에 중대 변수가 생기면서 여야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비슷한 시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내란 사태’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12월7일 국회에서 상처입은 국민과 훼손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살리겠다”며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의지를 재차 밝혔다. 한 대표의 발언을 두고는 “한 대표가 탄핵에 찬성한다는 전제로 말씀드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곧바로 여야의 긴급·비상 의원총회가 열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원내대표실로 소집하고, 오전 11시에 비상 의총 개최를 공지했다. 중진 회의에 참석했던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무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도 오전 11시30분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조국혁신당 등 다른 야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오전 11시30분 의장실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대표를 만난 뒤 “신속히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된다는 말씀을 이 대표와 국회의장께 드렸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낮 12시6분엔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국회 정보위원장실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홍 차장에게 방첩사령부와 협조해 한 대표 등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온지 약 1시간 만이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홍 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말했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재차 윤 대통령 탄핵 주장 목소리가 높아졌다.

낮 12시40분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소식이 전해졌다. 기자들 질문에 별다른 대답 없이 국회를 빠져나간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각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국회로 와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다는 소문이 기자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2차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경호 인력만으로 국회를 점거할 수 있다며 ‘꼼수’의 일종이라는 ‘지라시’도 돌았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원들이 6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봉쇄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원들이 6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봉쇄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오후 2시30분쯤 국회 출입구에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같은 시각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오후 3시에 재개한다고 공지하자 윤 대통령이 이 시각 국회를 찾는한다는 얘기도 돌았다.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국회 본청으로 모여들어 본청 입구를 봉쇄했다. 이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내란수괴 처벌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외쳤다. 오후 3시10분쯤 윤 대통령이 국회에 오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에야 소란이 일단락 됐다.

오후 3시20분 우원식 국회의장은 로텐더홀에서 “대통령은 국회 방문 계획을 유보해주기를 요청한다”며 “제2의 비상계엄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이라도 열릴 것 같던 탄핵안 표결 본회의 개최 시점은 오후 들어 7일로 다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여당 의총 등에서 대부분의 의원이 한 대표 발언에 호응하지 않자 시간을 더 두기로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 본회의 표결 시점에 대해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공지된 대로 7일 오후 표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7시 의원총회를 정회한 뒤 오후 9시 재개했다. 추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좀 더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의견을 정리해서 다시 열겠다”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는 주로 탄핵 반대 의견과 함께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이 언급됐다고 한다. 의원총회가 잠시 중단된 사이 추 원내대표와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의원총회에서 나온 의견을 전달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오후 11시30분 국민의힘의 릴레이 심야 의총이 끝났다. 의총은 오전 11시부터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총 10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릴레이 의총 끝에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비공개 의원총회(의총)를 마친 뒤 ‘윤 대통령 반대 당론은 변함없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당론 변경 얘기는 없었다”며 당론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의총에서 의원들이 많은 얘기를 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를 주장한 한동훈 대표는 취재진에게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국회를 떠났다.

이날 오후 진행된 의총에서 의원들은 대통령실에 나온 의견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와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의총이 정회된 오후 7시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대통령실 측에 의총에서 모인 의견을 전달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뚜렷한 답변을 듣진 못했다. 신 원내수석대변인은 “당 의견을 비교적 가감없이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대통령이 충분히 잘 들으셨다”면서 “‘잘 경청하고 고민하겠다’는 정도의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들을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는 7일 오전 9시 다시 의총을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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