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공식 일정은 평소 사용하던 찻잔 기증으로 시작됐다. 한강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진행된 ‘노벨상 수상자 소장품 기증 행사’에서 옥색빛이 감도는 찻잔을 메모와 함께 전달했다.
그가 쓴 메모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는 동안 몇 개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어 “1.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 / 2. 당시 살던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번 이상 걷기 / 3.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주전자에 홍차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잔씩만 마시기”라고 쓰고 있다. 또 “그렇게 하루에 예닐곱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이었다”고 마무리했다.
그는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찻잔을 기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내게 굉장히 친밀하면서 소중하고 단순한 것을 건네고 싶었다”면서 “그 찻잔은 내가 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같은 것이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찻잔과 함께 박물관 안에 있는 레스토랑 의자에 서명도 남겼다. 수상자들이 의자 좌판 아랫부분에 새기는 친필 서명은 노벨상 만의 특별한 방명록으로 2001년부터 시작됐다. 의자에 어느 수상자가 서명한 의자인지 표시해 두지 않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식사 중 의자를 뒤집어보며 서명을 확인하는 이색경험을 할 수 있다.
2000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1년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됐던 당시 고 이희호 여사가 보낸 손편지와 털신, 죄수복 등을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