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환자 수 60% ↑ ‘턱관절 장애’
세끼 식사와 수시로 이어지는 대화, 간간이 나오는 하품까지. 턱관절을 열고 닫는 동작은 하루 종일 계속된다. 아래턱뼈와 머리뼈인 측두골 사이에 자리잡아 두 뼈를 연결하는 턱관절은 매우 정교하게 움직인다. 이곳에도 근육과 인대, 신경은 물론 충격을 줄여주는 디스크 등 여러 구조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턱관절에 이상이 생겨 입을 벌릴 때마다 덜컥거리며 소리가 나고 심하면 통증과 불편감이 느껴지는 경우 턱관절 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턱관절 장애로 의료기관을 찾는 인원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 자료를 보면 턱관절 장애 환자 수는 2014년 33만8287명에서 지난해 54만2735명으로 10년간 6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 통계에서는 교사, 상담원 등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군 외에도 경찰, 소방관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 턱관절 장애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긴장 등 심리적 원인의 영향을 받아 이를 꽉 깨무는 버릇처럼 턱관절에 부담을 주는 행동을 많이 할 때도 턱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
턱관절 장애를 일으키는 생활 속 요인은 다양하다.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선호하거나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는 식습관, 또는 앞니로 손톱을 물어뜯거나 잘 때 이를 가는 등의 습관, 부정교합, 외상 등도 턱의 이상을 유발하기 쉽다. 이연희 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는 “턱관절은 말하기, 씹기, 삼키기 등 일상의 필수적인 구강 활동에 도움을 주는 부위로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이러한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턱관절 장애는 입을 여닫을 때 무심히 지나칠 수 없을 정도의 관절 잡음, 예를 들면 ‘딱딱’ ‘딸깍’ 소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근육·인대·신경·디스크 등 구조물
복잡하게 엉켜 정교한 움직임 구현
딱딱하고 질긴 음식 즐기는 식습관
스트레스·긴장 등 심리적인 원인도
두통·이명·개구장애·안면 비대칭
심해지면 목·어깨까지 통증 확대
초기 꾸준히 치료로 1~2년 내 완화
부정교합 원인 땐 양악수술 고려도
턱관절에 무리가 가고 있다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방치하면 예상치 못한 다른 증상도 나타나며 악화될 수 있다. 두통, 이명, 입을 잘 벌리지 못하는 개구장애, 영구적인 안면 비대칭 등이 대표적이다. 초기에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입을 벌리고 다물 때 딱딱거리거나 모래가 갈리는 듯한 소리를 들 수 있으며,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손가락 3개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입과 턱이 잘 벌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입을 움직일 때 양쪽 턱이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통증은 음식을 씹을 때뿐만 아니라 심해지면 가만히 있을 때도 느껴지며 턱관절에 가까운 귓속이나 귀 주위, 관자놀이, 뺨 근처까지 뻐근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턱관절 장애가 주변 근육의 긴장까지 유발할 때는 연쇄적으로 목과 어깨까지 통증이 번지는 경우도 있다. 턱관절 장애가 발병·지속하는 요인이 개인마다 다르고 세부 진단도 매우 다양하므로 증상이 나타난 뒤 1~2주 정도가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유지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일단 턱관절 장애로 진단받았다면 각자의 원인에 따른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과도하게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 대신 비교적 부드럽고 씹기 편한 음식을 섭취하고 턱 양쪽을 고루 써서 씹어야 한다. 이를 악무는 등의 나쁜 습관도 교정하는 것이 좋다. 말을 많이 하는 등 턱을 사용하는 일이 잦을 때는 틈틈이 휴식을 자주 취하는 것이 좋고, 심리적 긴장이나 피로감이 있다면 통증과 수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기 전에 이완시키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턱관절 장애는 환자가 초기부터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1~2년 안에 통증이 감소하고 원래의 관절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초기에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비수술적 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이연희 교수는 “대표적인 치료방법에는 인지치료, 약물치료, 물리치료, 교합안정장치치료 등이 있으며, 턱관절 유래 두통과 근육통 완화를 위한 보톡스 주사치료, 관절낭 내 주사치료 등도 시행된다”며 “치료에 널리 사용하는 보톡스 주사는 안면부 근육통과 측두근 부위 두통 감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치료를 자주 중단하거나 생활습관 교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더 복잡한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 성형수술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쉬운 양악수술은 위·아래턱의 부정교합으로 턱관절 장애가 발생할 때 받는 교정 수술로, 위턱과 아래턱을 동시에 이동해 알맞은 교합을 맞추기 위해 시행한다. 교합이 맞지 않는 경우는 아래턱이 과도하게 앞으로 나오거나 너무 들어간 경우를 비롯해 대칭이 맞지 않는 경우, 선천적 원인과 성장, 외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턱관절에 이상이 생긴 경우 등이 포함된다.
치아들이 서로 맞물리지 못하면 음식을 씹는 저작 활동은 물론 말하는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외형적인 부조화 또한 대인관계 등 개인의 삶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치아 교정방법으로 부정교합을 치료해봐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때 전문의와의 상담과 정확한 진단을 통해 양악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턱관절 주변에는 많은 신경다발들이 지나므로 수술 시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조진용 가천대 길병원 치과 교수는 “양악수술은 치아가 잘 맞는 위치로 수술을 했을 때 기능적인 부분과 동시에 얼굴 모양도 개선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하지만 턱을 절단, 즉 골절시켜 이동하는 수술이므로 간단한 수술이라 할 수 없고,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악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위·아래턱의 일부를 절단해 치아가 가장 잘 맞물리고 얼굴이 외형적으로 자연스러운 위치에 턱을 이동시키고, 절단 부위에 금속판을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후에는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수술 직후 얼굴이 많이 붓고 머리로 피가 쏠려 출혈이 생길 수 있어 하루 정도는 상체를 비스듬히 세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2~3일 정도 지나 회복기로 접어들어도 이 단계까지는 턱을 크게 벌리거나 음식을 씹지 않아야 한다. 한 달 정도 지나면 턱을 움직이고 씹는 것이 가능하나 무리한 식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조진용 교수는 “수술 직후에는 식사량이 평소보다 부족해지기 때문에 활동 도중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뜨거운 물 샤워 후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며 “골절된 턱을 고정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지럼증 등으로 순간적으로 넘어지는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술 후 관리에도 주의가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