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파’로 계엄 사전공모 의혹 받아
“출동을 (4일 새벽)1시에 해. 전혀 준비 안된 것”
체포자 명단 “수사 받아야 해서 자세히 말 못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중장)이 7일 계엄 사실을 “텔레비전 보고 알았다”며 이를 부인했다. 여 전 사령관이 계엄 상황 당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다는 의혹을 두고는 “명단도 솔직히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김용현 전 장관 등과 함께 ‘충암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사전 공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계엄 선포를)전혀 몰랐다. 텔레비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아, 이게 좀 그런가’ 그래서 신중하게 하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방첩사가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을 작성했다는 등의 사전 관여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 사람들이 출동을 (지난 4일 새벽)1시에 했다”며 “전혀 준비가 안 된 것이다. 1시면 (계엄 상황이)끝났다”고 말했다. 국회가 지난 4일 새벽 1시 1분 계엄령 해제안을 가결했을 때쯤 방첩사 병력이 출동했을 만큼, 계엄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여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도 “우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조지호 경찰청장의 발언과 엇갈린다. 조 경찰청장은 지난 5일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중앙선관위에 대한 경찰력 배치 요청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청장은 당시 “(방첩사가) 경찰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릴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수사관을 준비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어 ‘오케이’ 했다”면서 “(또한, 방첩사가) 선관위 쪽으로 갈 예정이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자신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전달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하도 통화를 많이 해서 내용은 저도 기억이 안 난다”며 “명단도 솔직히 정확히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당장 수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을 못 드린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위기 상황에 군인들은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상황이니까 1분, 2분, 10분, 20분 사이에 파바박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이 진짜 많다”며 “저희는 내려온 명령을 ‘맞나 틀리나’ 따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진짜 저는 참담한 심정이다. 국민들께, 특히 부하들한테 정말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그러나 “군인으로서 그런 위기 상황에서 내려온 명령을 이렇게 따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