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후로 노벨 주간을 즐기려고 합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아파트에 가 볼 예정입니다.”
6일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강 작가는 스톡홀름에서의 계획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사자왕 형제의 모험> <말괄량이 삐삐>를 펴낸 스웨덴의 대표 아동문학 작가다. 한 작가는 노벨상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무척 좋아했으며 그 책을 “인간이나 삶, 죽음에 관한 질문들과 결부지을 수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한 작가가 방문하겠다고 밝힌 린드그렌의 아파트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달라가탄(Dalagatan) 46에 위치해 있다. 정문에 들어가 계단을 한층 올라가면 ‘A LINDGREN’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는 곳이 작가의 집이다.
린드그렌의 고향은 스웨덴 남부의 스몰란드이지만 대부분의 삶을 스톡홀름에서 보냈다. 1941년부터 2002년 사망할 때까지 60년 이상을 ‘린드그렌의 아파트’에 거주하며 주요 작품을 집필했다. 2015년부터 관람객들에게 공개된 이 아파트는 린드그렌이 살았을 때와 거의 똑같은 상태로 보존돼 있다. 매월 1일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이 가능한데 스웨덴의 국민작가인 만큼 빠르게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공식홈페이지에서 3D로 집을 구경할 수도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곳을 찾았을 때도 아파트에는 끊임없이 관람객들이 드나들었다. 스톡홀름 교외에서 이 곳을 방문했다는 바바라는 “한 달 전에 예약해서 왔다. 린드그렌을 좋아해서 그의 작업공간이었던 이 곳에 꼭 와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이 곳을 찾은 아니타는 “뉴스를 통해 한강 작가가 이 곳에 올 계획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라고 말하며 “한강 작가의 작품 중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노벨상을 수상하고 한 번 더 읽으려고 도서관에 갔는데 이미 다 예약이 되어 있어서 다시 못 읽었다”며 아쉬워했다.
린드그렌의 아파트 바로 앞에는 바사파르켄 공원이 있다. 린드그렌이 자주 그곳을 산책했기에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집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공원의 일부 구역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테라스’로 명명됐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컴퍼니에 따르면 그에게 집은 사색과 침묵, 고독을 위한 시간을 허용하는 사적인 영역 이었으며, 여기에서 그는 수천 통의 편지를 쓰고 읽었으며, 일기를 쓰고 일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