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퇴진 면했지만 정권 운영 난항 예상”
“한국 사회, 계엄과 정치적 허무감 속에서 혼란”
일본 주요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무산’을 8일 1면 머리기사로 비중 있게 전하며 향후 여파에 주목했다. 정치적 기사회생을 도모하는 여권의 셈법과 탄핵안 폐기를 향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맞부딪치며 한동안 혼란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1면 기사에서 전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여당의 표결 불참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는 소식을 타전하며 “윤 대통령은 일단 퇴진을 면하고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됐지만, 앞으로도 힘든 정권 운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야당은 다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윤 대통령이 (탄핵 전) 퇴진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향후 정국이 유동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신문은 여당 의석수는 탄핵안을 막기 충분하지만, 당대표가 대통령 조기 퇴진을 촉구하는 등 당내 분열상이 보인다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상황과 유사하다는 데 주목했다.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 배경도 주목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당의 목적은 ‘시간 벌기’”라고 진단했다. 비상계엄으로 비판 여론이 커진 가운데 윤 대통령이 탄핵돼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여당에 불리하므로 여론이 진정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데 대한 트라우마가 여당 내에는 있다고 짚으면서도 “이같은 ‘당의 논리’에 대해 국민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도쿄신문은 국민의힘이 “민의보다 당리를 우선했다”고 평가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NHK에 “여당도 야당도 다음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치르는 것이 더 유리할지를 두고 정치적 흥정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동북아 안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닛케이는 이날 사설에서 “한·미·일 3국 결속이 흐트러지면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억지력에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와 급격한 접근 중인 북한의 행보는 특히 경계해야 한다”며 “지역 안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이번 탄핵소추안이 야당 주도로 만들어졌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 등 내용을 포함했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산케이는 “한국 국민과 정치인들은 계엄령에 대한 비판과 윤 대통령 외교·안보 정책의 타당성을 혼동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치 및 한·일 관계 전문가인 기무라 칸 고베대 교수는 “최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역시 형사재판을 받고 있으며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다”라며 “보수 세력의 재건도 어렵고, 비상계엄 당시 출동한 군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다.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은 클 것”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한국 정치를 전공한 아사바 유키 도시샤대 교수는 “한국에서 느끼는 것은, 지금까지 민주화에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시민들의 허무감”이라며 “현재 윤 대통령과 여당의 대응으로 이 허무감이 해소될 것 같지 않다”고 마이니치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