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당·정 공동 국정운영 시작···명분도 현실성도 없다

2024.12.08 15:51 입력 2024.12.08 16:47 수정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질서있는 퇴진’ 로드맵과 국정 수습 방안 등에 대한 공동담화문을 발표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질서있는 퇴진’ 로드맵과 국정 수습 방안 등에 대한 공동담화문을 발표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기괴한’ 당·정 공동 국정운영이 8일 시작됐다. 여권의 12·3 비상계엄 사태 후속 대응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한 대표에게 백기투항하면서 식물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한 대표에겐 정당성이 없고, 한 총리는 내란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돼 국정운영 명분이 없다. 국민 수용성도 낮고, 여당에서조차 반발이 이어져 비정상적 국정운영은 조기 종식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와 한 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국민 공동 담화를 발표했다. 한 대표는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께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 전까지 외교를 포함해 국정 운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엄정하고 성역없는 수사, 한 총리와의 주 1회 이상의 회동 등을 약속하며 “정치, 외교, 국방 등 현안을 논의해 한치의 국정 공백도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당이 대통령의 후견인으로서 수렴청정을 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한 총리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에 있어 한치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뜻에 따라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며 현 상황이 조속히 수습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야당에 예산안 통과 협조를 구하며 한·미 동맹 유지, 비상경제 대응체계 등을 약속했다.

한 총리는 이날 당초 개최하려던 임시 국무회의를 비공개 국무위원 간담회로 대체했다. 한 총리는 간담회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는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국민의 삶은 지켜져야 한다”며 “전 내각은 정부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국정에 한 치의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달라”라고 말했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한 총리는 매주 월요일에 개최되는 윤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은 취소했다. 윤 대통령은 배제하되 정부는 그대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다.

한 대표와 한 총리가 나서서 비상계엄 사태를 수습하고 국정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명분도 현실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가 사실상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나선 셈이지만 한 대표에겐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 법적으로도 대통령이 직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당 대표가 국정을 운영할 어떤 근거도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권한을 대통령이 유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2선으로 후퇴 시키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나눠서 국정 행사하겠다 구상은 해괴한 발언이자 헌정질서를 파괴한 또다른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위헌적 비상계엄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묻는 헌법적 절차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로,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총리는 윤 대통령 내란 혐의의 동조자란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하기 위해 개최한 국무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내란수괴 내각 책임자인 한 총리와 윤석열 탄핵 부결 사태 주범인 한 대표가 대체 무엇을 논의한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 총리를 윤 대통령 내란죄 공범으로 보고 탄핵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내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대표를 향해 “그러지 말고 너도 내려 오너라”라며 “니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 그건 탄핵절차 밖에 없다”고 적었다. 홍 시장은 이어 “고작 8표를 미끼로 대통령을 협박하여 국정을 쥐겠다는게 말이 되는 소리냐”라며 “대한민국 국민은 니한테 국정을 맡긴 일이 없다”고 썼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검사들 논리로 정리가 되면서 당은 망했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보자는 논리”라면서 “차라리 탄핵을 수용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당 재건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을 막기 위한 한 대표와의 거래로 조용히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직 박탈과 관련해 여권이 내놓은 대답은 “질서있는 조기 퇴진” 밖에 없다. 여권 내 정치적 거래일뿐 퇴진을 강제할 법적 근거도 없다. 대통령이 직을 유지하면서 인사권과 군 통수권 등을 계속 행사하는 데 따른 위험성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 거취를 계속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탄핵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국민 여론이 이를 뒷받침하면 국민의힘 내 의원들의 추가 이탈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경찰, 검찰 등 수사 기관이 경쟁적으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면서 칼끝은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은 누가 윤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느냐를 두고 수사 기관이 정리하는 모양새”라며 “탄핵보다 수사 결과가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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