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말하는 ‘계엄’과 ‘광주’···“광주는 인간의 잔혹성· 존엄함이 동시에 존재했던 보통명사”

2024.12.08 17:11 입력 2024.12.08 19:57 수정

7일(현지시각)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스웨덴 한림원에서 ‘빛과 실’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각)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스웨덴 한림원에서 ‘빛과 실’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AFP연합뉴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한강 작가가 7일 오후(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롬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강연에서 <소년이 온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맞물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자회견과 기념강연은 현재진행형의 시의성을 띠게 됐다.

한강은 1980년 5월 마지막까지 남아있다 살해당한 야학 교사 박용준의 일기에서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라는 구절을 보고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전에 품었던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이 일기를 보고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로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며 “인간의 참혹과 존엄 사이에서, 두 벼랑 사이를 잇는 불가능한 허공의 길을 건너려먼 죽은 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소년이 온다>에는 ‘양심’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라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

7일(현지시각)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스웨덴 한림원에서 ‘빛과 실’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마친 후 꽃다발을 받고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각)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스웨덴 한림원에서 ‘빛과 실’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마친 후 꽃다발을 받고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의 비상계엄에 대한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강은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를 쓰셨던 분”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진심과 용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에는 “특별하게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다···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낮의 폭력”이란 구절이 나온다. 한강은 군인과 경찰들의 ‘소극적 태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보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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