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크고 젊어진 촛불, 빛나고 성숙한 시민 저항

2024.12.08 17:21 입력 2024.12.08 19:24 수정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난 7일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응원봉을 든 참가자들이 탄핵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난 7일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응원봉을 든 참가자들이 탄핵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 표결이 불발된 지난 7일, 국회 앞에는 100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낮부터 모인 시민들은 탄핵안이 폐기된 밤늦게까지 “탄핵”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광주·대구 등 전국에서도 윤석열의 계엄 선포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지만, 어디서도 불상사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도 국회 앞 집회 현장은 엄중하면서 유쾌했다. 시민들은 탄핵 무산에 눈물 흘렸지만, 다시 모이자며 헤어졌다. 비상계엄 단어가 생소한 젊은층의 시위 문화도 주목받았다. 이들은 촛불 대신 K팝 응원봉을 들고, 로제의 ‘APT’ 등에 맞춰 노래 부르거나 개사해 “타도, 윤석열”을 외쳤다. 집회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더 젊어진 것이다. 집회에 못 온 국내외 기성세대들은 커피 마시라고 카페에 선결제해놓으며 힘을 보탰다. 국회 앞에 시민을 내려준 택시기사가 요금 결제를 취소한 영수증을 올린 글은 가슴 뭉클하게 했다. 민주주의가 훼손돼선 안 된다는 간절한 염원이 모인 결과다. 그러면서도 질서를 지켰고, 현장에 쓰레기 하나 없었다. 이 모습을 전 세계가 경탄스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시민의 뜻은 윤석열을 한시도 그 자리에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시민과 국회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윤석열을 감싸고 가겠다는 국민의힘과 시민이 함께할 순 없다. 여당은 시민 뜻을 무겁게 받들어 헌법에 따른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때까지 시민들은 웃으면서 광장으로 나갈 것이다. 탄핵을 피해보겠다는 꼼수는 더 큰 촛불로 응징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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