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지 이틀 만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을 제외하면 이번 사태의 가장 핵심 인물이다.
검찰이 계엄 사태 5일 만인 8일 김 전 장관 신병을 확보하고 나선 것은 통상의 수사절차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보통 수사는 압수수색을 통한 물증 확보에 이어 실무자→고위급으로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순서로 진행되지만 이번에 달랐다. 지난 3일 밤 계엄군이 출동했을 당시 국회 등에서 찍은 영상 증거 상당수가 이미 나와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검찰이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수사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수사 주도권을 갖기 위해 김 전 장관 신병확보부터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검찰은 계엄 사태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총괄한 김 전 장관 진술 확보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6일 “김 전 장관으로부터 본회의장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명백한 위법 사항이라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은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취지의 말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받았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체포 대상자 명단까지 전달받았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이를 부인하는 조태용 국정원장의 입장도 엇갈린다.
검찰 수사의 관건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입증하는지 여부로 맞춰진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비상계엄 준비, 선포, 실행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역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이 출동한 경위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고령 1호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활동을 금지하고, 국회와 선관위에 계엄군이 침투한 것은 초헌법적, 초법률적 조치라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향후 검찰 수사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1차 관문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김 전 장관 신병을 확보하면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날 이 1공수여단장과 김창학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 등 군 간부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내란죄가 검찰 수사개시 대상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윤 대통령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만 축소수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은 적극 부인했다. 박세현 검찰 특수본부장은 이날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게 이 사건 사실관계”라며 “이것이 직권남용과 내란죄 구성요건”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대상인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특수본 수사 보고를 일체 하지 않고 있다고도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특수본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에도 신속하게 착수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이 ‘자신이 계엄 건의를 했다’고 사실상 자백을 했고, 그 밑의 사령관들이 ‘부당한 지시여서 따르지 않았다’고 했으니 불법성은 이미 명백히 드러났다”며 “다음주면 대통령 소환조사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