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이모군(18)은 이미 탄핵소추안이 국회 표결 불성립으로 무산된 후였지만 “탄핵하라”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치고 있었다. 이군은 “팔도 목도 아프지만, 우리가 빨리 집에 갈 거라고 국회의원들이 생각할 것 같아서 버텼다”며 “윤석열이 탄핵될 때까지 계속 집회에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은 무산됐지만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의 잘못을 가리고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려 한 윤석열 정권의 책임을 묻겠다는 시민들의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주말인 8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모여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이날 ‘촛불행동’이 국회의사당역에서 주최한 집회에는 약 10만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참여했다. 인천 부평에서 온 오혜빈양(17)은 “어제는 시간이 늦어서 못 왔는데 오늘은 간식·목도리·장갑 등 만반의 준비를 해서 왔다”며 “윤석열 탄핵으로 조금이라도 숨 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나 당 관계자의 지인들도 집회를 찾았다. 전날 밤 베트남에서 귀국한 정화현씨(61)는 “출장 중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한국 가족들이 걱정돼 한숨도 못 잤다”며 “오늘 집회에 와보니 희망이 보인다. 이렇게 많은 젊은이가 나라를 걱정하는데, 탄핵이 안 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친구인 국민의힘 의원이 있어 “권력을 이유로 국민을 배신한 건 의원도 아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자인 송현우씨(42)는 “헌법을 어겨 (국민의힘을) 더 이상 감쌀 수가 없었다”라며 “대통령이 잘못하더라도 혼이 난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함께 나왔다”고 했다.
시민사회도 동참했다. 참여연대는 “윤석열 체포와 구속 등 내란 행위에 대한 수사가 즉각 진행돼야 한다.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즉시 재발의해 윤석열을 탄핵하고, 내란 특검법도 즉각 통과시켜라”라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윤 대통령 내란죄 적용을 통한 즉각 구속과 탄핵 절차를 신속히 추진하는 두 가지 방향에서 엄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라며 국회의 탄핵 재추진, 윤 대통령 등 즉각 구속 수사 등을 촉구했다.
정치학자 573명은 이날 시국선언문에서 “탄핵소추안을 조속히 재발의·통과 시켜 헌정질서를 바로잡을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내란”이라며 “탄핵을 방해하는 국회의원들은 헌정 회복을 저해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