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원·달러 환율 리스크…기업들도 초긴장

2024.12.08 20:04 입력 2024.12.08 20:05 수정

원자재값·달러 채무 등 영향

요동치는 변동성에 장기 악재

박근혜 탄핵 정국 때보다 심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원화 가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강달러 흐름이 나타나던 와중에, 국내 정치에서도 돌발 변수가 불거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 가까이 급등해 1440원을 기록했다. 수출 기업으로선 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 호재다. 삼성전자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5% 오르면 회사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4187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악재다. 원자재 값이 오르는 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동성 때문에 투자 결정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해외 설비투자를 앞둔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4조원)를,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약 5조4700억원)를 미국 공장 설립에 투자할 예정이다.

전기자동차 ‘붐’을 예상하고 미국 등 곳곳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LG에너지솔루션의 올 3분기 기준 달러 부채는 6조8284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2조6000억원가량 늘었다. 이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때 예상 세전손실은 2388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예상치(257억원)에 비해 10배 가까이 커졌다. 리튬·니켈 등 원자재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기업의 달러빚 부담도 가중된다. 항공기 등을 구매·리스할 때 달러로 지출하는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도 지난해 약 27억달러에서 올해 3분기엔 33억달러로 늘어난 상황이다. ‘컨트리 리스크(국가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국내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지불해야 하는 가산금리 부담은 늘어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조만간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환경을 두고 재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인 2016년 하반기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파국에 접어들었던 박근혜 정부와 갑작스럽게 계엄령을 선포한 윤 대통령이 초래한 불확실성은 그 수준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차, 3차 탄핵소추안 발의가 반복될 것인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물음표’가 상당히 커진 상태”라며 “불확실성이 장기화될수록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