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특례·임차인 보호 등
법 제·개정 필요한 17개 과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무산에 따른 국정 공백 장기화 가능성으로 주택 정책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상당수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재 국회 상황으로는 논의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8일 기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안은 총 448개다. 이 중에는 정부가 발의 과정에 참여한 법안이 상당수다. 정부가 발표한 8·8 공급 대책에는 총 49개의 정책 과제가 포함됐는데, 이 가운데 35%인 17개가 법을 바꾸거나 새로 만들어야 하는 사안이다.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한 개도 없다. 그중에서도 정부가 특히 공을 들였던 건 ‘재건축·재개발 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이다.
이 법은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용적률을 3년 한시로 법정 상한보다 30% 이상 높여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제정안을 통과시켜 서울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약 37만 가구) 속도를 3년 이상 앞당기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야당은 정비사업 속도를 앞당겨야 한다는 데는 큰 틀에서 동의하면서도,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이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기존 법체계 내에서의 보완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여야 견해차가 큰 법안은 사실상 통과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가 만든 현실화율 로드맵이 국민 세 부담을 증가시킨다며 폐기를 선언했지만, 이를 위해선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하다. 야당 협조를 얻지 못한 정부는 현실화율을 매년 69% 동결하는 방식으로 공시가격의 추가 인상을 막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도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는 공사비가 치솟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만큼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재초환 기준을 완화(초과수익 3000만원→8000만원)한 지 1년도 안 된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맞선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중에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안도 상당수다.
장기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 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용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지지부진한 반지하 주택 정비를 유도하기 위해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안 등 역시 국회 정상화까지는 논의 재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이달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대책, 뉴빌리지 대상지 선정,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등 굵직한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일정이 연기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