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선택했다. 무너지는 권력의 후계자가 되기로. 그래서 그는 내란 수괴의 보호자가 됐다.
대통령 윤석열은 지난 3일 밤 국회가 범죄자 소굴, 체제 전복을 기도하는 괴물이 됐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한국 역사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비상계엄이란 단어의 등장에 한동안 현실감이 없었다. 대통령 담화에 척결, 처단이란 살벌한 단어가 계속 등장했다. 이어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동됐다.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은 계엄사 통제를 받는다고 했다. 영장 없이 체포·구금할 수 있다고 했다. 그제야 공포가 밀려왔다. 그리고 최정예 특수부대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들어와 본회의장 장악을 시도했다. 다행히 심야에 신속하게 국회 담을 넘은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채택하며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self-coup)는 6시간 만에 하룻밤의 악몽처럼 그렇게 끝났다.
군대를 동원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12·3 비상계엄 사태는 명백한 내란이다. 윤석열은 내란을 일으킨 우두머리, 수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격이 없다. 시민들에게 그는 이제 대통령이 아니라 ‘윤석열씨’ ‘미친놈’이다. 민심은 그를 즉각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고 추상같이 처벌해서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길 원한다.
한 대표의 대응은 오락가락했다. 계엄 선포 당일 밤 그는 “반헌법적 계엄”이라며 여당 의원들에게 동조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계엄이 해제되고 야당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탄핵에 반대하며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다. 그러더니 본인이 체포 대상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윤석열이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에 대해 당에 일임한다”며 구원 요청을 보냈고, 한 대표는 결국 “질서 있는 퇴진”을 말하며 탄핵에 제동을 걸었다. 국정운영 권한을 넘겨받고 윤석열의 자기 계획에 따른 퇴진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에게는 국정을 운영할 권한이 없다. 국민은 대통령 윤석열을 뽑았지만 그는 내란을 일으켜 자폭했다. 윤석열은 국민이 준 권한을 누구에게 넘길 자격이 없고, 국민은 한 대표에게 국정운영 권한을 주지 않았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의 대표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은 자의든 타의든 결과적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불참했다. 이들 중 105명은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에도 불참했다. 한 대표는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나설 게 아니라 친위 쿠데타를 막지 못한 여당의 대표로서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자처하는 게 맞다.
한 대표는 위선적이다. 그는 비상계엄의 반헌법성을 이야기하면서 그 주범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이다. 반헌법적 비상계엄은 야당 경고용으로 그냥 한번 해볼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실패하면 ‘놀랐지, 미안해’라며 다시는 안 하겠다고 약속하면 넘길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내란 주범들을 엄벌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한 대표는 대통령 조기 퇴진이란 애매한 해법을 제시하며 스스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던 윤석열의 대통령직을 유지해주고 있다.
한 대표는 또 민심을 배반했다. 그는 늘 민심을 말하지만 결정적인 국면에선 민심을 외면한다. 그는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규명을 위해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 리스크가 커지면 활동 자제를 요구하며 대통령실과 충돌하는 듯하더니 결국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서는 대통령실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은 민심을 걱정하지만 결국은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한 대표식 ‘간보기 정치’의 전형이다.
한 대표의 선택은 정치적 자해가 될 것이다. 그는 윤석열이 탄핵당해 직무가 정지된 이후의 정국을 빠르게 계산했을 것이다. 주변에서 탄핵 정국에서 대선이 치러지면 정권은 무조건 넘어가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탄핵을 피하고 대통령 조기 퇴진 약속하에 총리와 자신이 정국을 안정시킨 후 차기 권력을 가져올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든 쉽지 않을 것이다. 민심은 이미 윤석열을 탄핵했다. 한 대표는 새로운 체제의 머리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낡은 체제의 꼬리가 되기를 선택했고, 그 결과는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시민들은 이제 윤석열과 한 대표를 정치적 동반자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