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놀자! 요로시쿠(잘 부탁해)!”
일본 인기 밴드 요아소비의 멤버 이쿠라(24)가 한국어와 일본어로 외치자 관객 1만5000명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인천 영종도를 뒤흔들 만한 열기였다.
요아소비가 지난 7일 오후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두 번째 내한 공연 ‘요아소비 2024~2025 아시아 투어 인 코리아-초현실’의 막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친 지 꼭 1년 만이다. 지난해 이틀간 관객 1만8000명을 만났던 요아소비는 1년 사이 공연 규모를 두 배 가까이 키우며 인기를 증명했다. 지난 9월 진행된 콘서트 티켓 예매는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요아소비는 2019년 결성한 일본의 2인조 인기 밴드다. 작사·작곡과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아야세(30)와 보컬 이쿠라로 구성돼있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의 오프닝곡 ‘아이돌’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몇 해 전부터 높아지고 있는 J팝의 인기를 맨 앞에서 견인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지난해 발표한 싱글 ‘세븐틴’으로 문을 연 요아소비는 ‘언데드’와 ‘축복’, ‘물망초’, ‘미스터’ 등 18곡에 달하는 노래를 거의 쉴 새 없이 선보였다. J팝을 대표하는 그룹답게 지치는 기색도 흔들림도 없었다. 애니메이션 세계 안에 들어온 듯 꾸려진 무대는 관중을 압도할 만큼 화려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초대 손님으로 등장한 걸그룹 뉴진스가 요아소비와 펼친 합동 공연이었다. 뉴진스가 ‘하우 스윗’에 이어 ‘라잇 나우’를 선보이는 가운데 요아소비의 보컬 이쿠라가 무대에 합류했다. 이쿠라는 뉴진스 멤버들과 테이블 주위를 도는 퍼포먼스를 펼친 뒤 혜인과 손뼉을 ‘짝’ 맞추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최고 인기 그룹이 맞춘 환상의 호흡에 관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합동 무대는 바로 뒤 요아소비의 노래 ‘비리 비리(Biri-Biri)’로도 이어졌다. 뉴진스 멤버 5인과 이쿠라는 흥겹게 뒤섞여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마친 뒤에는 두 그룹 멤버들이 좋아하는 서로의 곡을 꼽기도 했다. 이카루와 아야세는 각각 ‘디토’와 ‘버블검’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평소 서로의 팬을 자처하는 두 그룹은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일본 연말 무대에서 만났고 지난 6월에는 뉴진스의 일본 도쿄돔 팬미팅에 요아소비가 게스트로 나섰다.
공연이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히트곡 ‘괴물’과 ‘용사’ 등에 이어 요아소비 최고 히트곡 ‘아이돌’ 전주가 흘러나오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일본어 가사를 전부 숙지한 관객들은 “신지떼루”(믿고 있어) “아이도루”(아이돌) 등 후렴구는 물론 노래 중반부의 빠른 일본어 랩까지 따라불렀다. 대부분 10~20대인 관객들은 “좋아해” “계속 기다려왔어.” 등 요아소비의 노래 가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환호했다. 일본어로 “카와이!”(귀여워) “아이시떼루”(사랑해)를 외치기도 했다.
요아소비 멤버들은 공연 도중 직접 쓴 한국어 편지를 읽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보컬 이쿠라는 “올 때마다 한국에 대한 사랑이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며 “음악을 들어주고 따뜻한 응원 보내주는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야세는 “한국은 언제와도 최고지만 오늘 최고를 또 한 번 경신했다”며 “같이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최고의 시간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요아소비는 이날과 다음날 이틀간의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두 번째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 내년 2월까지 홍콩, 태국,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의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