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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진실화해위원장 “5·16 막은 국민 있었나? 독재 왜 했느냐가 중요”

2024.12.09 11:50 입력 2024.12.09 19:12 수정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5월 한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한 인터뷰 영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유튜브 ‘생생현대사’ 캡쳐 이미지 크게 보기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5월 한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한 인터뷰 영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유튜브 ‘생생현대사’ 캡쳐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의 과거사 인식이 도마에 올랐다. 박 위원장은 유튜브 영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으킨 5·16 군사 쿠데타와 독재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자들’ 때문이라며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난 6일 박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했다. 방송기자 출신인 박 위원장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군포로와 탈북민 등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박 위원장은 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처형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유튜브 채널 ‘생생현대사’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을 보면 박 위원장은 “6·25가 나고 4·19까지, 한 50년을 엄청 혼란스럽게 지냈다. 모든 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이젠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5·16 혁명이 일어났을 때조차도 국민은 반대하거나, 나와서 안 된다고 그러거나 가로막거나 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무혈입성했다”고 주장했다. 무장 군인과 탱크 등을 앞세워 정권을 찬탈한 쿠데타에 대해 국민적 반대가 없었다고 강변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독재를 옹호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같은 영상에서 “독재 안했다고 할 수 없다. 유신도 했고. 그런데 왜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나라가 달라져야겠다, 제대로 된 국가가 들어서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MBC 기자 시절 박 전 대통령에게 촌지를 받은 경험도 증언했다. 박 위원장은 “저는 박정희 대통령한테 촌지도 받았다”며 “수출 100억불 달성한 회사 중에 여성 CEO가 있었던 곳이 있었다. 거길 취재를 하고 어느 날 가니까 책상 위에 대통령 박정희 봉투가 놓여있더라”고 말했다.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글. 박 위원장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이미지 크게 보기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글. 박 위원장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박 위원장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직후인 지난 5일에는 SNS에 “파렴치한 범죄자들 처리를 못 했기 때문에 오늘날 나라가 이 모양”이라며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자들이 판치는 대한민국, 청소 좀 하고 살자”는 글을 올렸다.

박 위원장은 평소에도 보수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 왔다. 그는 지난해 3월 SNS에 ‘친일 행적’으로 비판을 받는 고 백선엽 장군 3주기 추모 글을 올리면서 애도 논평을 내지 않은 야당을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은) 다부동 전투에서만 이기면 이 땅을 공산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미군과 연합작전을 펼쳐 승리로 이끈 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이 끔찍하게 미울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로 대한민국을 설립한 이승만 대통령이 싫은 것처럼, 북한보다도 못 살던 나라를 산업화 시켜 대한민국을 지금처럼 잘 살도록 이끈 박 대통령이 죽도록 싫은 것처럼,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백 장군도 진저리나도록 싫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헌법 유린 반란수괴가 임명한 박선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란수괴가 임명한 진화위원장 박선영 반대 공동행동’은 “박선영은 윤석열 계엄을 동의하고, 사회관계서비스망에 댓글을 다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하며 반란수괴에 동조했다”며 “박선영은 한국전쟁 전후에 발생한 민간인 집단 학살 피해자들을 좌파 빨갱이로 몰아 군·경이 오인 실수해 죽였다며 군과 경찰의 민간인 학살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선영은 편협된 역사 논리로 민간인 학살을 좌우 대결로 결론짓고, 이승만 정권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의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희석할 것이 자명하다”며 “역사 인식과 과거청산에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인사가 진화위의 중책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상교 진실화해위 사무처장은 이날 박 위원장 임명에 대해 “부당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송 사무처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가 있고 난 뒤 온 나라를 뒤덮은 혼돈과 분노 속에서 탄핵을 앞둔 대통령이 독립적 조사기구의 위원장을 이런 식으로 임명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의 행위는 피해자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진실화해위의 존재 의미와 그간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박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박 위원장의 취임식은 오는 10일 진실화해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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