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람 런던정경대 교수, 신뢰 저하와 안보 위기 지적
“‘12·3 비상계엄 사태’로 외교·안보 공백 우려 증폭”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국민의힘 반대로 인한 탄핵 표결 무산으로 정국 혼란이 심화하자 해외에서도 외교·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보람 런던정경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을 내세워 계엄령을 사적 목적으로 남용하는 것을 전 세계가 생방송으로 목격했다”며 “앞으로는 북한과 위기 상황에 닥쳐도 우리 정부의 말을 신뢰할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9일(현지시간) 서면 인터뷰에서 “전쟁 등의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제적 신뢰가 없는 지도자의 ‘말’은 안보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반헌법적 상태가 오래 지속할 경우 외교 무대에서의 한국 정부의 신뢰성 자체를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비상계엄 사태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무역 정책이 한국 경제에 더 큰 위험이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면서 “리더십이 부재한 나라가 미국의 관세 정책에 기민하게 대처할 방법은 없다”며 이 총재의 말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마러라고 리조트까지 찾아간 사례를 들며 “12·3 사태 이후, 헌법에 맞는 방식으로 이런 역할을 할 리더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리더십 공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의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윤 정부 초기부터 대통령 부부의 부정부패와 공권력 남용이 언론, 정치계, 시민사회에서 정치 논의를 대부분 잠식했다”면서 “그로 인해 기후 위기, 무역 전쟁, 국가 경쟁력,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한국이 직면한 중요한 과제에 대한 폭넓은 논의의 장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비상계엄 직후 시민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어 국회로 나와 막아낸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디지털 시민사회의 연결성만으로 무력을 동원한 독재를 막을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초연결된 시민사회가 민주적 정당과 제도를 통해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치극단주의가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디지털 기술은 시민 간 연결성을 높였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정치 제도가 없다면 연결성이 오히려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