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사무처장 사의 표명···“박선영 위원장 임명 강행시 업무수행 불가”

2024.12.09 18:01 입력 2024.12.09 22:50 수정

사의를 표명한 진실화해위 송상교 사무처장(가운데). 연합뉴스

사의를 표명한 진실화해위 송상교 사무처장(가운데). 연합뉴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사무처장이 박선영 신임 위원장의 임명을 반대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송상교 진실화해위 사무처장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신임 위원장 임명은 부당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송 사무처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가 있고 난 뒤 온 나라를 뒤덮은 혼돈과 분노 속에서 탄핵을 앞둔 대통령이 신임 위원장을 임명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탄핵 의결을 목전에 둔 대통령이 독립적 조사기구의 위원장을 이런 식으로 임명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송 사무처장은 진실화해위의 설립 목적에 비춰볼 때 박 위원장의 임명이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계엄령은 헌법을 파괴하고 무자비한 인권침해를 야기한 야만적 국가폭력 행위로서, 진실화해위의 중요한 조사대상 중 하나”라며 “대통령의 행위는 피해자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진실화해위의 존재 의미와 그간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송 사무처장은 “어떻게든 위원회가 비틀거리면서도 나아가기 위해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낼 것인가. 저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매일 신임 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확한 사과와 재검토가 없는 상황에서 사무처장으로서 신임 위원장의 지휘를 받아 업무를 할 수 없다”며 “제가 선 자리의 무거움을 알기에 이러한 제 입장과 의견 표명에 대해서는 마땅히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난 6일 박 위원장 임명을 재가했다. 박 위원장은 과거 ‘5·16 군사 쿠데타’를 두고 “5·16 혁명은 반대한 국민이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날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들은 박 위원장 임명 재가를 두고 “헌법 유린 반란 수괴가 임명한 박선영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 진실화해위원장 임명에 대하여

지난 금요일 신임 진실화해위원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재가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뜻밖이었습니다. 12월 3일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가 있은 후 온나라를 뒤덮은 혼돈과 분노 속에서 탄핵을 앞둔 대통령이 신임 위원장을 임명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처장으로서 이취임 실무를 챙기면서도 제대로 검증과 절차는 거쳤는지, 탄핵 의결을 목전에 둔 대통령이 독립적 조사기구의 위원장을 이런 식으로 임명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주말 내내 고민을 하였습니다. 저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사무처장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이번 대통령령의 위원장 임명 행위는 부당하며 과거사정리법의 취지에 반하는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대통령은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국민에게 총을 들이대게 하고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헌법상 권한을 방해하고 겁박하였습니다. 다른 많은 국민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탄핵되고 내란죄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그러한 대통령이 탄핵 의결을 하루 앞두고 임명을 강행한 것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위법·부당한 국가폭력으로 인한 국민의 인권침해를 조사하여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소명을 가진 기구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계엄령은 헌법을 파괴하고 무자비한 인권침해를 야기한 야만적인 국가폭력행위로서, 진실화해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조사대상 중 하나입니다. 대통령의 행위는 피해자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진실화해위원회의 존재 의미와 그간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헌법과 국민의 인권에 아랑곳않는 대통령이 지금 진실화해위원회의 위원장을 임명한 행위는 그 시기와 내용이 매우 상징적입니다. 신임 위원장은 이번 계엄령 선포에 대한 국민의 규탄 의견을 비난하고 “국회해산이 맞다”는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등 계엄에 동조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대통령이 탄핵 재판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보도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이번 신임 위원장 임명행위는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고 절대 다수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위이며 진실화해위원회를 위기에 빠트리는 것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여러 성과를 일구어 왔지만, 이 정부 들어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전임 위원장 시기 진도·영천 사건 등에서 경찰 사찰기록 등에 있는 부역 관련 기재를 이유로 1년 넘게 진실규명이 보류되었고, 최근 고 백락정 사건에서는 군법회의 판결이 있다는 이유로 계엄령 하 군법회의 판결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진행되지 못한채 각하결정에 이르렀습니다. 계엄령 하 군법회의 판결에 대해 재심사유를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일관된 판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위원장의 역사 인식과 관련하여 끊임없는 내외의 비판이 있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억울한 피해자에 대한 진실규명을 통해 통합과 화해를 추구해야 하는 기관입니다. 전혀 다른 의견들을 경청하고 모아내며 피해자를 위해 필요한 지혜로운 결론을 도모해야 하는 기관이며 위원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그것입니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임 위원장은 진정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경륜과 지혜를 갖춘 분이 절실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신임 위원장이 국가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를 이끌 인식과 경험, 화해와 통합을 만들어갈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계엄령 선포의 충격적 전말이 하나씩 드러나고, 특히 주말 국회에서 탄핵 의결이 불성립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참담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나아가 탄핵 대상인 대통령이 남긴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로 진실화해위원회가 계엄령과 탄핵의 한복판에 끌려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말 내내 고민에 휩싸여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했습니다. 어떻게든 위원회가 비틀거리면서도 나아가기 위해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낼 것인가. 저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매일 신임 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너무도 중요한 시기 신임 위원장 임명의 정당성은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과 국민적 신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탄핵 대상인 대통령이 했던 위원장 임명 재가는 정당성이 없습니다. 재고되고 철회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신임 위원장 임명은 부당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명확한 사과와 재검토가 없는 상황에서 사무처장으로서 신임 위원장의 지휘를 받아 업무를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선 자리의 무거움을 알기에 이러한 제 입장과 의견 표명에 대해서는 마땅히 책임을 질 것입니다. 동고동락한 동료 직원분들에 대한 죄송함과 고통스러움, 그리고 항의의 의사를 담아 사직의 뜻을 밝힙니다.

2024. 12. 9.
진실화해위원회 사무처장 송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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