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라 대통령 직무를 정지 당했다. 2022년 5월10일 20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949일만으로, 임기 반환점을 한 달 넘긴 시점이다. 향후 내란죄 피의자로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며 수사 대비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 과정을 침묵 속에 지켜봤다. 대통령실 직원들은 일찍부터 출근해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이미 가결을 예상하고 자포자기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윤 대통령은 탄핵안 표결을 앞서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12일 ‘야당 횡포에 따른 합법적 경고용 비상계엄’이라고 주장한 29분간의 대국민담화로 충분히 입장을 설명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윤석열 정부를 폐업 상태로 몰아간 것은 윤 대통령 자신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김건희 여사 논란 및 각종 정책 실패로 휘청였고, 해병대 채 상병 외압 의혹 등으로 위기를 맞아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휘청이던 정부의 문을 스스로 닫는 상황에 이르렀다. 비상계엄 실패 후 야당은 탄핵을 총력 추진했고 보수층 상당수도 지지를 철회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권한과 거취를 당에 일임하겠다고 하자 1차 탄핵안을 막았다.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대국민담화 이후에는 여당에서도 등을 돌리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야당의 횡포를 들며 “비상계엄의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나”며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인가”라고도 주장했다. 사과없이 자기 변명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 후 법률안·시행령안 재가를 하며 권한을 다시 행사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말조차 번복하면서 탄핵 가결을 스스로 야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나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서겠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에 대비하는 동시에 헌재의 기각 결정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최지우 변호사 등 자신과 인연이 있는 변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자신의 계엄선포가 법적으로도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며 “강성 지지층들을 결집시켜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