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다음 분기 실적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1분기(9~11월) 87억1000만달러의 매출과 1.79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거나 웃돌았다. 문제는 다음 분기 전망이었다. 마이크론은 2분기(12∼2월) 매출은 79억달러, 주당 순이익은 1.53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 매출은 월가 전망치 89억9000만달러를 크게 밑돌고, 예상 주당 순이익도 시장 전망치 1.92달러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6% 넘게 폭락했다.
마이크론은 스마트폰과 PC 등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 업체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주요 메모리 반도체 회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업황의 ‘풍향계’로 불린다.
마이크론은 HBM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침체해 실적 전망이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HBM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1년 전보다 400% 증가했는데도 소비자 기기의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회계연도 하반기에는 성장세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2025년 PC 시장이 약 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성장 대부분은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론은 소비자들의 PC 교체가 예상보다 더디며, 자동차 업체들도 재고 줄이기에 나서면서 자동차 시장 판매도 기대에 못 미쳤다고 언급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모바일과 PC 등 반도체 수요처 부진으로 범용 D램과 낸드 가격 하락 폭이 내년에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IT) 시장 침체와 제품 판매 부진이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도 당초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를 언제 공급하느냐에 따라 내년 실적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범용 칩 가격 하락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도 함께 낮아지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HBM 매출 비중이 높아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