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가장 많이 알려진 표현은 ‘마(魔)의 11분’이다. 이륙 후 3분, 착륙 전 8분 사이 항공기 사고의 80% 이상이 집중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국내 크고 작은 항공기 사고 역시 이착륙 상황에서 발생했다.
역대 한국 최악의 항공 사고로 회자되는 것은 1997년 8월6일 발생한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이다.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해 미국령 괌 아가나공항으로 착륙을 위해 접근하던 비행기가 밀림 지대에 추락해 승객·승무원 254명 중 228명이 사망했다. 악천후 상황에서 조종사들의 착오로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기 전 지면에 부딪쳐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1983년 소련 영공에서 벌어진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탑승자 269명 전원 사망)에 이어 국내 항공기 사고 중 인명 피해가 두 번째로 컸으며, 1990년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이은 대규모 인명 피해로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최근 사고로는 2013년 7월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착륙 사고’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탑승자가 많아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샌프란시스코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던 비행기가 조종사 과실로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해 승객·승무원 307명 중 3명이 사망하고, 187명이 다쳤다.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전 한국에서 일어난 사고 중 인명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2002년 4월15일 ‘중국국제항공 129편 추락 사고’이다. 중국 베이징을 출발한 비행기가 김해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인근 돗대산 기슭에 추락해 승객·승무원 167명 중 129명이 숨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김해공항의 안전문제가 도마에 올라 김해공항 이전 논의가 시작됐다. 1993년 7월26일 승객·승무원 110명을 태우고 서울에서 목포로 향하던 비행기가 전남 해남군 화원반도 야산에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 사고’로도 68명이 숨졌다.
최근 국내 공항에선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항공 안전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지난 10월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6개월간 국내 공항에서 조류 충돌이 623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조류 충돌로 회항한 항공기도 7편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지난 2월6일 막 이륙해 17피트(약 5.2m) 떠오른 항공기 엔진과 착륙기어에 새가 날아들면서, 6월24일에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던 항공기 전면에 새가 부딪히면서 회항하는 일이 있었다. 두 공사는 조류 충돌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공항 주변 개발사업으로 조류 서식지가 감소한 점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