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몸 속의 수은 등 환경유해물질 농도 수준이 이전보다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건강영향 권고값(HBM)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카드뮴 농도가 1년만에 2배갸량 증가했다. 발암물질이자 ‘좀비 화합물’로 불리는 과불화옥탄산(PFOA)의 체내 농도도 성인, 청소년 모두에서 3년 전에 비해 증가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30일 공개한 ‘제5기(2021~2023년)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를 보면, 환경유해물질의 체내 농도는 이전과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감소하거나 유사한 수준이다. 환경부는 혈액 내 납과 수은 농도는 제1기(2009~2011년) 기초조사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변 중 카드뮴 농도는 증가했다. 영유아의 경우 3기(2015~2017년)에 0.11㎍/ℓ였던 것이 이번에는 0.211㎍/ℓ로 증가했다. 초등학생은 4기(2018~2020년) 0.2㎍/ℓ에서 0.247㎍/ℓ, 중고생은 0.15㎍/ℓ에서 0.286㎍/ℓ, 성인은 0.35㎍/ℓ에서 0.594㎍/ℓ로 늘어났다. 초등학생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카드뮴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중금속이다. 일본에서 발생했던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 물질이기도 하다. 대체로 오염된 물이나 식품, 흡연 등을 통해 노출된다. 카드뮴 증가에 대해 환경부는 건강영향 권고값(HBM)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카드뮴의 건강영향 권고값은 성인 1.0㎍/ℓ 어린이·청소년 0.5㎍/ℓ다.
발암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 가운데 과불화옥탄산(PFOA) 역시 성인과 청소년에서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생의 경우 4기 3.66㎍/ℓ였던 것이 이번 조사에서는 3.93㎍/ℓ으로 7.4% 늘어났다. 또 성인에서는 6.43㎍/ℓ에서 6.81㎍/ℓ로 약 5.6% 증가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 물질의 건강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준치를 강화하는 등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기준치가 높게 설정돼 있는 상태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지난 4월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의 기준치를 4ppt(부피의 단위·1리터당 나노그램)로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PFOA의 국내 기준치는 70ppt다. 과불화화합물은 안정적인 화학구조로 분해가 잘 안 되는 탓에 일명 ‘영원한 화합물’ ‘불멸의 화학물질’ ‘좀비 화합물’ 등으로 불리는 물질이다.
환경부는 환경보건법에 따라 매 3년마다 국민의 환경유해물질 체내 농도를 확인하는 내용의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21년부터 3년간 전국에서 표본 추출한 250개 지역(읍면동 수준)과 190개의 보육·교육기관을 대상으로 3세 이상 국민 6608명의 혈액 및 소변을 채취해 환경유해물질의 농도를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