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48년 첫 국회의원 선거부터 소선거구제를 시행했다. 소선거구제는 지역구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다. 제5대, 제9~12대 총선을 제외한 모든 총선에 소선거구제를 채택됐다.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는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을 어렵게 하고, 거대 양당의 담합 체제를 유지시키는 배경이 됐다.
선거제 개편 논의의 핵심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고 다당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주요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당선시키는 제도다. 특정 당의 지역 독점 구도를 타파하고 사표를 줄일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현행보다 지역구가 넓어지면서 농어촌의 경우 한 개 지역구가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는 것은 단점이다. 이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농어촌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있다.
중대선거구제만으로 거대 양당 구도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시범지역 30곳에 지방의회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했는데 소수정당이 당선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여러 명을 공천해 당선인을 나눠 갖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수정당들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려면 양당이 공천하는 후보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대선거구제의 보완책으로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가 언급된다. 도시지역은 한 지역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운영하고 농촌지역은 현행대로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서울 등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에겐 불리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부산·대구·울산 등 도시 지역의 중대선거구 포함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비례대표제 강화도 정치적 다양성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로 꼽힌다. 비례대표제는 원내 다양성을 확보하고 정당이 표를 얻은 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사표를 줄이려는 취지로 1963년 도입됐다. 2020년 총선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변화를 꾀했으나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소수정당 진입 확대라는 제도 변화 취지를 무력화했다.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현행 제도가 유지되면서 같은 논란이 이어졌다.
정치학계에선 비례대표제가 실효성을 얻으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펴낸 <2022년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의원 1인당 인구는 17만명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만명)의 2배 이상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국회에 대한 신뢰가 약한 상황에서 국민 다수는 의원 정수 확대를 ‘밥그릇 늘리기’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이런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의원정수 확대에는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운영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비례대표 의석수 50명 확대’ 방안이 국민의힘의 반대, 민주당의 묵인 속에 선거제 개편 결의안에서 빠진 바 있다.
당장 선거제 개편이 어렵다면 원내 소수정당의 권한을 강화해 다당제 효과를 내는 방안도 있다. 22대 국회는 총 8개 정당이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비교섭단체 한계에 부딪히면서 12석의 조국혁신당도 별다른 존재감은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혁신당은 지난 7월 교섭단체 요건 완화(현행 20석→10석), 보조금 배분 방식 변경, 비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배정, 비교섭단체 정보위원회 참여 등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4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