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의 시대는 끝났다. 얼마간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든, 탄핵심판 지연을 시도하든 큰 물결은 막을 수 없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 속 “독재자들은 사라질 것이며 그들이 인류로부터 앗아간 힘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대사처럼, 이미 사라진 그의 자리는 더욱 확고히 삭제될 것이며 그가 앗으려던 힘은 주권자에게 더 확고히 쥐어질 것이다. 이 계절이 돌아오기 전에 그는 파면되고, 다시 여러 해가 지나면 역사책에 헌정 파괴 주범으로 기록될 것이다. 어떤 반동도 바꿀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반동에 매일 새로이 참담함을 느끼는 것은 윤석열이 사라진 뒤 우리가 돌아올 자리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합리적 보수가 쪼그라드는 과정을 지켜봤다. 탄핵에 저항한 무리들은 쇄신의 자리에 배신자 프레임의 싹을 틔우고 그 그늘에서 자리를 보존했다. 보수궤멸 공포를 부추기더니 ‘닥치고 단일대오’로 내부의 자정 능력과 역동성을 무너뜨렸다. 지금 상황은 더 어둡다. ‘버티고 판을 비틀면 살길이 열린다’를 학습한 이들이 다시 나섰다. 8년 전 실패를 답습하는 것을 넘어 더 심해진 극단화를 확인했다는 한탄이 나온다.
이번에도 반동의 주역은 국민의힘이다. 지난 한 달간 국민의힘은 ‘계엄은 옳았다’는 말만 빼고 다 했다. 계엄은 문제였지만 탄핵은 안 되고, 수사는 해야 하지만 소환에 불응해도 체포는 안 되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되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하다는 식이다. 최근에는 아예 ‘확성기 여당’으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이 체포 저지대로 극우를 호명하며 ‘애국시민’을 부르자, 집회 현장을 찾아 “존경하는 애국시민 여러분”(임종득 의원)을 외쳤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윤 대통령 말에 “사기탄핵을 막겠다”(김기현 의원),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체제 그 자체”(윤상현 의원)라고 화답했다. 헌법 파괴자를 감싸며 누구와 싸우겠다는 것인가. 당 차원 참석이 아니라는 설명은 가소롭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에게 국면마다 누울 자리를 깔아주며 헌법과 법치를 조롱하는 행태다.
이는 국민의힘이 그리는 ‘내일’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게 한다. 국민의힘은 2020년 당명 개정과 함께 새 정강·정책을 내놓고 “국민의힘은 모두의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정당”이라고 공표했다. 지금 ‘애국시민’을 부르짖고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적 처벌을 가로막는 여당에 ‘모두의 내일’에 대한 책임성이 있나.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을 무력화하려 한 권력자를 비호하고,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을 오용하며,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과 반대로 간 여당은 공당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무엇으로 입증할 건가.
여권에선 결국 시간이 흐르면 윤 대통령과 여당이 거리두기를 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 시점이 오기까지 착실하게 지지층을 결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후안무치한 전략이다. 반동적 행태를 반복한 뒤 ‘적당한 시점’에 윤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고, ‘정당하게’ 자신들의 내일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은 없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실시간으로 목도한 시민들은 지금 이 순간 국민의힘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