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편들어준 덕? 독일 극우당, 1년 만에 최고 지지율 돌파

2025.01.12 12:58 입력 2025.01.12 14:42 수정

AfD, 지지율 22%로 1년 만에 최고치 기록

“내정 간섭” 비판에도 머스크, AfD 지지 발언 지속

알리스 바이델 ‘독일을위한대안’ 공동대표. EPA연합뉴스

알리스 바이델 ‘독일을위한대안’ 공동대표. EPA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개 지지한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1년 만에 최고 지지율을 달성했다. 머스크의 적극적인 개입이 총선을 앞둔 독일 정치권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독일 주간 벨트 암 존탁은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에 의뢰해 지난 6~1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AfD 지지율이 2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주일 만에 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다. AfD 지지율은 제1야당인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30%)에 이어 2위다.

집권당 성적은 부진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16% 지지율을 기록해 AfD와 격차는 6%포인트로 벌어졌다. 사민당과 소수연정을 꾸리고 있는 녹색당 지지율은 13%로 4위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 실세인 머스크가 독일 정치에 깊이 개입하면서 AfD에 힘을 실어주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지난달 머스크는 독일의 총리와 대통령에게 “반민주적 폭군” “무능한 멍청이”라고 막말을 퍼부었고, AfD가 “마지막 희망”이라고 주장하는 기고문을 벨트 암 존탁에 실었다.

이런 머스크의 행보를 두고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특히 총선을 약 한 달 남겨둔 상황이라 독일 정치권 반발도 거셌다. 여야 지도자들은 머스크에게 “간섭적이고 고압적이다”(프리드리히 메르츠 CDU·CSU 연합 대표), “우리의 민주주의는 돈으로 살 수 없음을 분명히 말한다”(자스키아 에스켄 사민당 공동대표)라고 비판했다.

알리스 바이델 ‘독일을위한대안’ 공동대표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지난 9일 토론을 홍보하는 포스터. 알리스 바이델 엑스 캡처

알리스 바이델 ‘독일을위한대안’ 공동대표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지난 9일 토론을 홍보하는 포스터. 알리스 바이델 엑스 캡처

그러나 머스크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 9일에는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엑스(옛 트위터)에서 생중계 대담을 했다. 75분간 이어진 대화에서 머스크는 “독일 구할 수 있는 건 AfD뿐”이라며 “독일들은 정말로 이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바이델 대표는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전과 불법 이민자 추방, 원자력발전 확대 등을 주장하며 머스크와 의견을 같이했다. 이 대담은 200만명 이상이 동시 시청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대담이 EU 규정을 위반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대담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머스크가 엑스의 소유주인 만큼 해당 대담을 이용자들에게 과잉 노출했다면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집행부의 시각이다. 그러나 EU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갈등을 우려해 머스크의 ‘내정 간섭’에도 말을 아끼는 등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유의미한 견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바이델 대표는 이날 AfD 전당대회에서 총리 후보로 선출됐다. AfD가 총선에서 자체 총리 후보를 내세우기는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이다. 바이델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집권 100일 안에 국경을 폐쇄하고 이주민을 대거 송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풍력발전 터빈 철거, 폭파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복원도 약속했다.

다만 바이델 대표가 실제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은 작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긴 했지만, 독일 정계에선 여전히 ‘비주류’라서 다른 정당들이 AfD와 손잡기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다만 최근 지지율이 치솟은 AfD 빼고 나머지 정당만으로 연정을 꾸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지지율로 보면 AfD를 제외한 2개 정당만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다수연정을 구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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