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독(獨)3사’로 불리며 국내 수입차 시장을 견인하던 아우디에 2024년은 잊고 싶은 과거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경쟁사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우디가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신년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열고 한국 시장에서 ‘권토중래’(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돌아온다는 뜻)를 다짐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스티브 클로티 아우디코리아 사장이 직접 나서 “더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겠다”며 배수진의 각오를 밝혔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벤츠와 BMW가 국내 시장에서 각각 37만7505대와 35만3607대를 판매한 반면, 아우디는 같은 기간 9만9762대를 파는 데 그쳤다. 2020년 2만5549대 수준이던 아우디의 신차 등록 대수는 해마다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9301대로, 1만대 선까지 무너졌다.
업계에선 전동화 지연, 신차 모델 부재, 실적 부진에 따른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의 잇따른 폐점 및 축소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클로티 사장은 “올해 아우디는 글로벌 전동화 전략에 발맞춰 한국 시장에 다양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차들을 포함해 (2004년 진출 이후) 역사상 가장 많은 신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프리뷰 행사를 통해 공개한 전기차 ‘Q6 e-트론’을 시작으로 ‘A6 e-트론’과 내연기관차인 ‘더 뉴 아우디 A5’, ‘더 뉴 아우디 Q5’ 등 모두 16개의 신모델이 올해 한국 소비자들을 만난다. 내년에도 10개 모델을 추가로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를 한국 시장을 이해하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전략 수립의 한 해였다고 정의한 클로티 사장은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고객 접근성 확대 및 소통 강화 전략으로 2025년은 혁신과 재도약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일변도이던 전시장을 소비자들의 브랜드 체험 기회를 대폭 확대한 소규모 ‘시티몰’ 형태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차 전시장을 기존 33개에서 35개로 늘리고, 서비스센터도 기존 32개에서 37개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 등 수도권에는 고객들이 30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다질 방침이다. 경정비와 차량 정기점검의 경우, 24시간 연중무휴 접수 가능한 비대면 형식의 ‘서비스 스테이션’ 도입을 검토 중이다.
클로티 사장은 “성장과 혁신을 위한 과감한 발걸음으로 한국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에서 아우디의 입지를 견고히 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간다면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와 제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