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본회의에서 야당안 처리 가능성
야당이 아닌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게 한 2차 내란 특검법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은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가결시킬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특검법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도 자체 법안을 낼 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공동발의한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기존에 없던 외환 혐의가 추가되는 등 수사 대상이 지나치게 넓다고 항의하며 표결 전 퇴장했다.
야당은 지난 8일 재표결에서 1차 내란 특검법이 최종 부결된 후 이튿날인 9일 2차 특검법 발의, 10일 법사위 법안소위 의결에 이어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2차 특검법은 국민의힘이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했던 야당의 후보자 추천권과 특검 후보자 비토권을 삭제했다. 대신 제3자인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한다. 수사 인력은 205명에서 155명으로, 수사 기간도 준비 기간을 포함해 170일에서 150일로 줄였다. 군사 비밀이나 공무상 비밀 유출 우려 등에 대해선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없게 했다. 여당이 위헌이라며 반대한 대부분 조항을 수정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2차 특검법도 반대하고 있다. 특히 내란 선전·선동 혐의와 외환죄가 수사 대상에 추가된 점을 문제삼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란 선전·선동 혐의라는 명분으로 일반 국민의 통화, 문자, 카카오톡 내용을 전부 들여다보겠다는 속셈”이라며 “국민 전체를 잠재적 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환죄 수사에 대해서도 “김정은 정권의 궤변을 대변한다”며 “김정은의 ‘적대적인 두 국가론’에 동조하는 격”이라고 했다.
의총에서는 원내 지도부 지시로 주진우 의원이 준비한 법안이 소개됐다. 10개가 넘는 현 특검법의 수사 대상 중 문제라고 지적한 외환죄, 내란 선전·선동 등을 제외해 5개로 줄이고, 특검 추천 권한을 대법원장뿐 아니라 대한변호사협회 등으로 넓힌 내용이다.
국민의힘의 탄핵 반대 강경파들은 이 법안에도 반대했다. 윤상현 의원은 “특검은 협상이 아닌 저지 대상”이라고 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를 이미 하는데 200억원 정도 예산이 소요되는 특검을 왜 해야 하냐는 주장도 나왔다.
의총에서 합의가 되지 않자 권 원내대표가 지도부에 일임을 요구했고 다수 의원들이 동의했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는 “내일 오후 지도부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6일 내란 특검법의 본회의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그 전까지 여당과의 협상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후 “국민의힘이 단일한 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 이야기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국민의힘이 자체 법안을 발의해도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이 나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양측의 견해차가 커 합의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이 경우 국민의힘이 내부 결속을 위해 본회의에서 자체 법안을 수정안으로 올릴 가능성도 있다.
야6당만 뭉쳐도 과반이어서 내란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시킬 수 있다. 문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왔을 때다. 최 대행은 이날 국회에 와 “위헌적 요소가 없는 특검법안을 여야가 함께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다음 변수는 재표결에서 여당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다.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석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108명 여당 의원 중 8명 이상이 반대 당론에서 이탈해야 가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8일 본회의 재표결 당시 내란 특검법은 재의결 요건에 2표 모자란 찬성 198표로 부결됐다. 최소 6명의 여당 의원이 이탈한 셈이다. 민주당이 이번 내란 특검법에서는 여당 내 찬성파들의 이탈을 끌어내기 위해 제3자 추천 방식 채택 등 상당 부분 양보를 한 만큼 재의결 가능성도 제기된다.